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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인 20년간 노예처럼 부린 시설에 고작 ‘특별지도점검’ 권고?
인권위 소극적 조치에 장애인단체 분노, 대구시에 설립허가 취소 요구
등록일 [ 2015년12월22일 14시02분 ]
지적장애인을 20여 년간 시설 내 노예처럼 부리고, 시설 거주인들의 금전을 부당 사용한 대구의 사회복지법인 S재활원에 대해 대구 장애인단체들이 법인설립허가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대구장차연)는 22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재활원에서 일어난 장애인 인권유린과 시설비리를 해결하기 위해 대구시가 즉각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지난 6월 S재활원과 재활원을 소유한 사회복지법인을 직권 조사했다. 시설엔 종사자 76명이 일하고, 지체·지적장애인 173명(7월 30일 기준)이 거주하고 있으며, 시설은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연간 35억 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인권위 조사 결과, 시설은 거주인에게 시설 내 작업을 강요하고 거주인들의 금전을 부당 사용했으며, 보조금을 유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적장애 3급의 시설 거주인 손아무개 씨가 시설 내 쓰레기 분리수거, 폐자재 소각 등 일을 하는 모습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적장애 3급의 시설 거주인 손아무개 씨는 1994년부터 시설 내 청소와 분리수거, 식당 음식물 잔반처리, 운동장 청소, 시설 내 양계장 닭 사료 주기, 죽은 닭 수거 및 폐기 등 시설의 온갖 잡일을 강요받았다. 손 씨는 오아무개 씨가 원장으로 부임한 2008년부터는 매일 새벽 6시부터 하루 15시간 동안 노동해야 했으나 그가 받은 임금은 비정기적으로 월 1만 원~5만 원에 불과했다. 손 씨는 인권위 조사에서 “시키는 일을 하지 않으면 오 씨가 호통을 쳤다”고 진술했다. 거주인 강아무개 씨도 시설 내에서 손 씨와 같이 부당한 작업을 강요받았다. 오 원장은 2010년 법인 상임이사를 겸하고 2011년엔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시설과 법인의 실질적인 최고 운영자가 되었다.  
 
오 이사장과 이아무개 씨(당시 의료지원과장, 현 원장)는 2014년 시설거주인 8명과 베트남, 터키, 일본 등 해외여행을 하면서 든 여행경비 1690만 원을 거주 장애인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이들의 장애수당과 수급비로 해결했다. 이들은 인권위 직권조사가 이뤄진 후에야 여행경비를 거주인들에게 반환했다. 또한 시설은 무연고 사망 거주인의 금품에 대해선 법원에 상속인을 신청하거나 국고에 귀속시켜야 함에도 2013년 사망한 거주인의 696만 원의 금품을 시설 후원금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인권위는 장애인의 금전을 부당하게 사용한 행위는 횡령 등의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상당 부분 당사자에게 반환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대구 북구청에 특별지도점검과 관련자 책임을 묻는 행정조치만을 권고했다, 
 
또한 시설은 2014년 거주인들이 ‘춥다’고 호소함에도 한겨울에 보일러를 30분만 가동하고서 남은 시설 연료비 1000만 원을 국고로 반납하지 않았다. 시설은 인근 주유소에서 등유 구입비로 선지급하였다고 하나 실제 사용 여부는 불분명하다. 시설은 직원 조끼 90벌을 구입하면서도 거주인들의 의류를 구입한다고 허위 품위서를 작성해 217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시설운영비(피복비)로 지출했다. 
 
이외에도 시설은 2010년~2013년까지 법인의 재원확충을 위해 시작한 양계장에서 발생한 이익금 1683만 원 중 300만 원을 시설전입금으로 지원하고 나머지를 법인 잡수입으로 처리한 회계부정을 저질렀으며, 오 이사장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거주인의 생활실을 개인 사택으로 이용하고 전기료 등 공공요금도 시설 회계에서 지출해왔다.
 
이에 인권위는 대구시 북구청장에 특별지도점검 실시와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한 보조금에 대한 환수 조치, 피해 거주인들의 권리 회복, S재활원 업무개선을 위한 행정조치, 관내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한 지도·감독 등을 권고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2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보재활원에서 일어난 장애인 인권유린과 시설비리를 해결하기 위해 대구시가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그러나 이에 대해 대구장차연은 “이 사건이 더욱 심각한 것은 가해자이자 피의자가 이사장, 시설 원장, 시설 사무국장과 같은 주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임원들이라는 것”이라면서 “내부적 문제 해결이 가능할 리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당시 의료지원과장으로 시설 물품구입과 관리 전반을 담당했던 사건 책임자는 인권위 조사가 진행 중임에도 이사회를 통해 원장으로 부임했다”면서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회 임원, 원장과 사무국장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소극적인 인권위 권고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대구장차연은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법적 위반 사실과 혐의가 있음을 인지했다고 밝히고 있음에도 갈취한 금전은 거주인에게 돌려주었으니 되었다, 10년간 노예생활을 한 거주인은 시설 내 보호작업장에 취직시켰으니 되었다는 식”이라며 “인권위를 상대로 강력하게 문제제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구시에 △S재활원의 법인설립허가 취소 △이사장과 책임자 해임과 법적 처벌 △특별감사 실시 △민관합동 거주인 인권실태조사 실시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대구장차연은 “권영진 대구시장은 2014년 후보 시절 임기 내 근본적인 시설 문제 해결을 위한 탈시설 지원 공약을 합의한 바 있다”면서 대구시가 책임지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뒤 대구시 장애인복지과와 면담을 진행한 대구장차연은 “대구시는 1월 중에 북구청과 협의하여 특별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면서 “결과에 따라 최대 법인설립허가 취소, 시설폐쇄까지 행정처분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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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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