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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의문사 1년,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해바라기 거주인 故 이아무개 씨 1주기 추모제 열려
등록일 [ 2016년01월29일 00시39분 ]

인천 옹진군 해바라기 장애인거주시설에 살던 거주인 故 이아무개 씨(당시 28, 지적장애 1급)가 온몸에 피멍이 든 채로 병원에 실려 와 사망한 지 1년이 됐다. 유가족과 장애인들은 이 씨가 왜 죽어야 했는지를 물었고, 또 누가 어떻게 이 죽음을 책임져야 하는지 이야기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진 변한 것이 별로 없다. 여전히 시설과 가해자들은 이 씨의 죽음에 대한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가해자의 처벌과 시설 폐쇄를 놓고 법정 공방이 이뤄지는 와중에도 해바라기 시설에는 많은 거주인이 살고 있다. 가족을 잃은 이들의 고통도 여전하다.
 

그래서 28일 유가족과 ‘인천 해바라기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인 의문사 진상규명 대책위원회’(아래 해바라기대책위)가 인천 옹진군청에서 진행한 1주기 추모제는 고인의 추모에만 그칠 수 없었다. 다시는 고인과 같은 죽음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유가족과 추모객 60여 명이 모였다.

 

해바라기 시설 의문사 피해자 故 이아무개 씨 1주기 추모제가 28일 옹진군청 앞에서 열렸다. 영정 사진 앞에 헌화한 국화가 놓여 있는 모습.

해바라기 의문사 이후, 바뀐 게 거의 없다

고인은 지난 2014년 12월 25일 의식 불명인 채로 병원에 왔고, 그의 온몸에는 피멍이 들어 있었다. 그는 한 달 후인 2015년 1월 28일 숨졌다. 뇌 안의 혈관이 파열돼 출혈이 일어난 것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었으나, 그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시설에서 일어난 일은 알 수 없었다. 고인의 아버지 이아무개 씨와 해바라기대책위는 경찰, 보건복지부, 인천시, 옹진군에 고인의 의문사를 밝히고, 그의 죽음을 초래한 해바라기 시설을 폐쇄하라고 촉구해왔다.
 
이들의 요구로 경찰·검찰 수사와 복지부·옹진군·해바라기대책위의 시설 인권실태 조사가 이뤄졌다. 이를 통해 고인을 비롯한 수많은 거주인이 시설 생활재활교사로부터 폭행을 당했던 사실이 속속 밝혀졌다. 가해자 심아무개, 임아무개 등 9명이 지난해 10월부터 형사재판을 받게 됐고, 해바라기 시설은 지난해 12월 1일 옹진군으로부터 시설 폐쇄 통보를 받았다.
 
이러한 성과에도 지난 1년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경찰과 검찰은 故 이 씨의 사망과 생활재활교사의 폭행 사이의 관계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가해자들은 폭행·폭행치상죄로 기소됐을 뿐이었다. 오히려 재판 진행 과정에서 일부 가해자들은 “급작스러운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피해자들을 제지하려 했다”는 등의 변명으로 일관했다.
 
해바라기 시설은 시설 폐쇄 통보를 받자마자 바로 시설 폐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설 폐쇄 문제 또한 지난한 법정 공방으로 넘어가게 됐다. 또한 해바라기대책위에 따르면 현재 해바라기 시설에는 46명의 거주인이 살고 있지만, 옹진군은 인권침해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거주인들을 지역사회로 옮기는 그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고인 보내지 못했던 의문사 유가족, “사건 직후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버지 이 씨는 이날 아들의 추모제를 위해 생업도 제쳐두고 옹진군청 앞에 왔다. 이날 추모제에서 이 씨는 아들이 죽었던 당시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 힘들다고 했다.
 

그는 공판 과정에서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통해 아들이 가해자에게 맞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 물티슈를 입에 물었다는 이유로 생활재활교사가 아들의 얼굴을 발로 차는 장면도 있었다. 아버지가 본 가해자의 눈에는 어떤 반성이나 후회의 눈빛도 비치지 않았다. 그는 가해자가 아들을 넘어뜨린 사건, 주먹으로 친 사건 등 건건 마다 변호사를 바꿔가며 무죄를 주장하는 모습을 보며 “마치 유전 무죄를 주장하는 것처럼 보였다”라고 털어놓았다.
 
고인의 가족들은 아직 고인을 보내지 못했다. 이 씨가 최근 할머니를 보러 갔을 때, 할머니는 손자를 애타게 찾았다. 손자가 태어날 때부터 24년간 애지중지 돌봐온 할머니는 여전히 자신의 손자가 살아있는 줄 알고 있다. 아버지는 할머니가 받을 충격을 우려해, 손자가 피멍투성이로 죽었다는 이야기를 차마 꺼내지 못했다. 당시에도 이 씨가 아들이 못 온 이유를 대충 얼버무리자, 그녀는 오는 설에는 손자를 꼭 데려오라고 신신당부했다.
 
이 씨는 앞으로 설이 다가오는 것이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시설에서 아들이 맞아서 온몸에 피멍이 들었다고 어머니에게 어떻게 이야기하나.”라며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혹시 여러분 중에서 방법을 아는 사람이 있으면 제발 알려달라.”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고인의 영정을 부여잡고 있는 아버지 이아무개 씨.

추모객 “제2의 해바라기 의문사 막기 위해 탈시설 대책 마련하라”
 
故 이 씨 사망 후부터 해바라기 사건 해결을 촉구해온 해바라기대책위 활동가들도 이날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고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했다. 추모객들은 해바라기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옹진군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호소했다.
 
두인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는 “해바라기 법인 당사자는 반성하긴커녕 시설을 유지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옹진군이 나서서 이들을 감시해야 하지 않는가.”라며 “해바라기 시설 안에 CCTV가 없는 곳에서는 (생활재활교사들이) 또 얼마나 많은 거주인을 때렸겠는가. 옹진군 공무원들이 여기 가만히 있어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두인 활동가는 “우리가 지금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에도 또 다른 시설 거주인이 죽을지 모른다”라며 “아버님의 답답한 마음이 풀리도록 올해는 옹진군이 나서서 조치해주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최재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가해자들은 물티슈를 문 피해자를 발로 차 놓고 ‘과잉행동을 막으려 했다’라고 변명한다. 그들이 선의를 가장해 장애인을 학대했던 (원주 귀래사랑의집) 장 씨와 무엇이 다른가.”라며 “이러한 시설의 잔혹성을 그대로 지니고 살아가는 우리 사회를 보면 서글프다”라고 전했다.
 
최 활동가는 “우리가 옹진군청에서 추모제를 열고, 한을 풀며 책임을 못다 한 지자체를 나무라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며 “옹진군은 해바라기 시설에 남은 46명의 탈시설을 추진하고, 장애인의 인권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대책을 세워달라”라고 촉구했다.
 

이날 추모제에 참가한 추모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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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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