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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선언한 재단 시설에서 ‘장애인 사망사건’ 일어나
대구서 두 달 만에 장애인시설 인권유린 사건 또 발생
장애계, 대구시에 법인 취소와 시설 폐쇄 강력히 촉구
등록일 [ 2016년02월26일 15시16분 ]

대구시 내 사회복지법인 청암재단 산하 장애인시설에서 거주인이 사망하고 중증의 지적장애인이 정신의료기관 폐쇄병동에 강제로 입원되는 등의 끔찍한 인권유린 사건이 또다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대구시 S재활원에서 지적장애인을 20여 년간 시설 내 노예처럼 부리는 등 인권침해 사건이 일어난 뒤 두 달여만이다. 이에 대해 대구 장애인단체가 사건이 발생한 시설 폐쇄 등을 대구시에 강력히 요구하며 나섰다. 게다가 이번 사건이 발생한 청암재단은 지난해 전국 최초로 탈시설을 선언한 사회복지법인이기도 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청암재단 산하 청구재활원과 천혜요양원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지역 장애인단체의 의혹 제기로 지난해 두 시설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적장애인 156명이 거주하는 청구재활원은 연간 32억8천만 원의 보조금을, 중증장애인 39명이 거주하는 천혜요양원은 연간 15억 원의 보조금을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지원받고 있었다.
 

시설 거주 장애인들, 보호조치 미흡으로 사망했지만 ‘담당자 처벌’은 없어
 

청구재활원 거주인 피해자 A씨(지적장애 2급)는 또 다른 시설거주인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상대방이 찬 발에 넘어져 2007년 10월 사망했다. 그러나 시설 측은 사건에 대한 명확한 진상조사 없이 순찰교사에 대해 1개월 징계조치조차도 노조지회장의 항의로 철회했다. 또 다른 거주인 B씨(지적장애 1급)는 2014년 12월 백설기 떡으로 보이는 음식물을 입에 묻힌 채 질식사한 채로 생활관에서 발견됐다. 의사 소견에 따르면 발견됐을 당시엔 이미 5~6시간 전에 사망한 상태였다. B씨는 윗니결손으로 평소 음식물을 잘 씹지 못하나 식탐이 강해 냉장고, 휴게실 등에서 몰래 음식을 꺼내먹는 행동특성이 있었다. 하지만 사건 당일 교사 휴게실엔 별다른 장치 없이 음식물이 놓여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해임된 생활교사가  이후 이의신청을 하자 정직 3개월로 감경하는 등 시설은 담당 종사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을 하지 않았다.
 

상해 사건도 있었다. 2009년 4월, 종사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C씨(지적장애 2급)의 팔에 다른 시설 거주인이 뜨거운 물을 부어 화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C씨는 2도 화상으로 병원에 입원돼 치료받다가 3년 후인 2012년 3월, 화상으로부터 연유된 것으로 보이는 패혈증과 심폐부전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원장은 직원을 문책하지도, 재발방지대책을 세우지도 않았다.
 

천혜요양원에도 사망과 상해 사건은 잇따랐다. 천혜요양원에 거주하는 D씨(지적장애 1급)는 TV 장식장 모서리에 뒤통수를 부딪쳐 낙상에 의한 뇌 좌상, 급성경막하 출혈 등으로 2008년 12월 사망했다. 사건 당시 거실에서 식사준비 중이던 생활재활교사가 ‘쿵’하는 소리에 생활실로 갔을 때 D씨는 이미 의식을 잃고 쓰러진 상태였다. 그러나 시설은 명확한 사실 확인 없이 생활실 내 탁자, TV 장식장 등에 모서리 충격완화장치만 설비할 뿐 직원에 대해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D씨의 사망 원인도 시설은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했다. 또 다른 거주인 E씨(지적장애 1급)도 2012년 시설 식당 앞 경사로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식당에 가스배달 온 트럭에 치여 췌장파열, 늑골골절 등의 사고로 16주간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시설은 부분적 재발방지조치만 했다.
 

두 시설에선 2010년부터 현재까지 거주장애인 13명이 정신의료기관에 강제로 입원되기도 했다. 정신의료기관장은 이들을 ‘자의 동의’로 입원시키기도 했으나 이들은 입·퇴원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운 중증의 지적장애인이었다. 그리고 시설 거주인 입원 당시, 전문의와 상담한 내용이나 소견서도 없었고, 촉탁의사가 시설을 방문해 남긴 진찰기록에도 이들이 정신의료기관 입원이 필요하다는 소견은 없었다. 이들은 지적장애인이나 알코올 환자가 다수인 폐쇄병동에 입원해있었다.
 

이에 인권위는 청암재단 이사장과 시설장에 사건과 관련된 시설 원장과 생활재활교사 등에 대한 징계, 사건에 대한 사실 조사와 재발방지대책 수립 등을 권고하고, 대구시 동구청장엔 관할 지역 시설에서 발생하는 시설 거주인의 사망·상해 사건 처리, 정신의료기관 입원 적절성 여부 등에 대한 철저한 지도·감독 등을 권고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5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암재단 산하 시설에서 발생한 끔찍한 장애인 인권유린 사건을 알리며 대구시에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대구장차연)는 25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설에서 발생한 끔찍한 인권유린 사건을 알리며 대구시에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대구장차연은 “문제는 사건 대다수에 대한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으며 관련자에 대한 처벌 역시 생략되었다는 것”이라면서 “거주인 간의 다툼으로 인한 사망사건은 가해거주인을 정신과 치료에 내맡기는 것으로, 실내 모서리에 부딪혀 사망한 거주인은 단순히 피해자가 자신의 장애로 인해 뒤로 넘어진 것으로 인식되었으며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허위 기재된 사망진단을 구청에 보고하기까지 했다. 이 많은 사건들에 관계된 자들에 대해서는 관대했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1957년 설립된 청암재단은 10년 전인 지난 2005년, 시설 내 장애인에 대한 강제노역, 폭행 등의 인권침해와 공금횡령, 친인척 운영 등의 비리가 내부 종사자들의 고발로 인해 폭로된 바 있다. 지난한 투쟁을 통해 시민사회는 ‘민주 이사진’을 구성할 수 있었고 노동조합과 함께 ‘정상적인 시설’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책임지고자 했다”면서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국가와 지자체의 장애인복지에 대한 민간으로의 책임 전가와 그에 길들여져 쉽게 변하지 않는 시설의 구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내부의 폭력성을 다시금 목격하며 우리는 ‘탈시설’만이 시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절감한다”라고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따라서 이들은 사회복지법인 청암재단 법인설립허가 취소, 법인 산하 시설 폐쇄, 사건 관련자 해임 및 법적 처벌, 대구시 특별감사 실시와 함께 장애인 수용시설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인권침해 근절을 위한 탈시설 지원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이후 이어진 대구시와의 면담에 대해 조민제 대구장차연 조직국장은 “시설에서 발생한 사망·상해 사건에 대해 현재 인권위가 검찰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대구시는 3월 중 발표될 수사결과에 따라 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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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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