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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통한 발달장애인 '전인교육', '사회활동' 어때요?
‘꿈이 자라는 뜰’, 장애와 농업 심포지움을 다녀와서
등록일 [ 2016년04월06일 17시01분 ]

지난 4월 2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 홍동중학교에서 ‘장애와 농업’이라는 주제로 소박하지만 뜻 깊은 심포지움이 열렸다. 텃밭교실과 농장 등 다양한 현장에서 장애인, 특히 발달장애인과 농사를 지어온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 모였다. 이 심포지움을 주관한 단체는 장애인 단체도 아니고 농업진흥기관도 아닌, ‘꿈이 자라는 뜰’(아래 '꿈뜰')이라는 홍성의 작은 농장이다. ‘꿈뜰’은 풀무학교 전공부 출신의 마을일꾼과 홍동면에 사는 발달장애청소년들이 함께 일구는 교육농장이다. 발달장애인에게 농사가 갖는 교육적 의미와 직업적 가치를 고민하면서 2014년에 ‘장애와 농업 다리놓기’라는 공부모임을 가졌는데, 그때 같이 공부한 지인들과 새로 알게 된 사람들을 초대하여 이번 심포지움을 열게 되었다. 

'녹색치유' 꿈꾸는 '사회적 농업'
 

가장 먼저, 홍성고등학교 특수교사 이민형 씨는 홍성의 초중등 특수교사들이 발달장애학생들과 함께 텃밭정원을 일군 경험을 소개했다. 농사가 갖는 심리학적, 철학적 의미를 고찰한 그의 발표에서 “농사는 우리의 본성과 근원으로 돌아가 땅, 숲, 하늘, 사람에 연결되는 체험”으로 정의된다. 그의 경험에 따르면, 텃밭정원은 계절의 변화에 따른 형형색색의 향연, 재잘거리는 참새소리와 커다란 은행나무, 때로는 이웃 강아지와 대지의 작은 풀벌레까지 자연의 ‘환대’를 경험하게 하며, 그 자연의 환대 속에서 열린 오감으로 자기를 ‘자각’하며, 씨앗을 뿌리고 순을 따는 등의 노동에 ‘전념’하는 동안 복잡한 생각은 내려놓고 오롯이 지금의 ‘현존’에 충실하게 하며, 고된 노동 끝에 몸과 마음이 완전히 ‘이완’되는 치유의 과정을 경험하게 한다. 


2015년 꿈뜰 텃밭수업하는 모습. ⓒ꿈이 자라는 뜰
 

농사가 갖는 이 ‘녹색치유’ 효과를 기대하며 충남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는 2014년에 정신장애인의 정신건강 회복과 직업재활을 돕는 ‘행복농장’을 만들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행복농장'의 대표일꾼 ‘루씨’는 “하나의 농장이 아니라 농장이 있는 지역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사회적 농업’을 강조했다. 고립되고 소외된 마음을 사회적 관계로 열리게 하는 것이 치유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진실을 찾는다는 ‘자연구시(自然求是)’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의 정신장애인, 발달장애학생 및 가족, 자살유가족, 독거노인 등 정신적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이 한 달 정도 농장에 머물면서 지역사회와 연계된 생태농업을 체험하게 하고 있다. 작년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정신장애인 4명 중 2명은 장애인고용공단의 지원을 받아 ‘인턴’으로 농장에서 일했으며, 그 중 한 명은 올해 3월부터 장애인 고용공단의 지원 하에 6개월간 농장의 일꾼으로 일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지역공동체와 연결된 농장에서 일하는 프로그램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유럽의 ‘캠프힐’이다.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임경원 공주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캠프힐’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 공동체를 꿈꾼다. 그 첫 걸음이자 베이스캠프로 사회복지법인 ‘민들레처럼’을 설립했다. 현재 30평 규모의 보호작업장에서 10명의 발달장애인이 견과류 소분 작업을 하고 있다. 저울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무게를 재고, 숫자를 셀 수 있는 사람은 숫자를 세고, 숫자를 셀 수 없는 사람은 일정한 구멍이 있는 플라스틱 박스에 견과류를 넣어 포장지에 담는 일을 한다. 그 외 실링기로 유효기간 찍는 일, 삐뚤게 붙여도 티 안 나게 동그란 모양으로 만든 상표 스티커 붙이는 일 등 작업 공정을 개별화하여, 일에 사람을 맞추는 게 아니라 사람에 일을 맞추려고 한다. 조만간 90평 규모의 작업장을 증축하여 콩나물 재배 사업을 할 계획이다. 그가 이 심포지움에 온 것은 장차 발달장애인 일터로서 유기농장을 만들 사람을 찾기 위해서다.

2015년 해피투게더팜 일꾼들이 토마토 모종을 심고 있다. ⓒ해피투게더팜

발달장애인 농장의 가능성은 2014년 ‘장애와 농업 다리놓기’ 공부모임에 참석했던 임유신 씨의 경기도직업개발센터가 이미 보여준 바 있다. 2010년에 문을 연 ‘해피 투게더 팜’은 15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유기농 야채 농장으로, 성인 남성 지적장애인과 고령의 지체장애인 등 모두 10명의 장애인이 비장애 교사,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유기농 채소, 토마토, 그리고 겨울에는 허브와 팬지, 비올라 같은 1년생 화초를 재배하며, 체험학습장도 운영한다. 주 5일 근무에 아침 10시 출근, 5시에 퇴근한다. 50분 일하고 10분 쉬는 게 원칙이지만, 작업 중 하우스 안에 비치된 차를 마시거나 은근슬쩍 보이지 않는 곳에서 농땡이를 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받는 수입은 지적장애인은 월 60만원, 고령의 지체장애인은 1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소득도 소득이지만 농작물을 키우다 보면 활동 반경이 넓어 하루 최소 1km 이상 걷는 효과가 있으며 심신이 안정되는 치유 효과도 있다. 확실히 임가공업을 하는 사무실이나 도시의 공장과는 작업환경이나 분위기가 다르다. “토마토를 따 먹으면 얼마나 먹겠어요. 그리고 식물 재배가 아니면 어떻게 그렇게 땡땡이를 치면서 일하겠어요. 그렇다고 매일 노는 게 아니라 일도 열심히 하니까요. 긴장하지 않고 마음 편히 일하다 보니 치료효과도 나타나지 않나 싶습니다.” 임유신 씨의 경험담이다.
 

‘꿈뜰’도 원래 발달장애인의 직업교육과정으로 만든 것이다. 발달장애인이 농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갖게 하고, 경험과 실력을 쌓아서 당당한 농사꾼으로 키우자는 취지다. 그러나 ‘꿈뜰’을 만들고 이끌어온 최문철 씨는 처음의 취지에 회의를 품게 되었다. 농업 자체가 경쟁력이 없는 한국사회에서, 게다가 생태농사를 통해 돈을 벌고 자립생활을 영위한다는 게 비장애인으로서도 거의 불가능한데, 노동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발달장애인에게 농사 교육을 시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비장애인도 행복하지 않은 소외된 농업노동으로 장애인을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가 소외되지 않는 생태 농사의 미래를 개척하는 길은 무엇일까?

꿈뜰의 세 일꾼 보루, 가이, 노래. ⓒ꿈이 자라는 뜰

오감을 깨우고, 기록하며 기억하는 '새로운 농사'
 

그런 고민 속에서 최문철 씨는 농산물과 돈으로는 바꿀 수 없는 농사짓는 ‘과정’의 의미와 그것의 ‘기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비장애인에게도 그렇지만 특히 발달장애인에게 농사는 외부 세계에 관심을 갖고, 사물을 면밀히 관찰하고, 관계를 형성하며, 능동적으로 관여하는 과정까지 적극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훌륭한 배움의 기회를 준다. 농사를 통해 우리는 자연의 동식물과 사물에서 자기 자신의 내면과 타인으로, 학교, 마을, 일터와 같은 사회로,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생태계 전체로 인식의 대상을 넓혀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농사의 일상에서 얻은 작은 경이와 기쁨, 깨달음과 성숙을 기록할 수 있다면 그 기록농사야말로 농산물과 돈의 부족을 넉넉히 채울 또 다른 농사라고 생각한 것이다. 최문철 씨는 자이언티의 노래 ‘꺼내먹어요’에 “쉬고 싶죠. 시끄럽죠. 다 성가시죠? 집에 가고 싶죠? 그럴 때 이 노래를 꺼내 먹어요” 라는 가사처럼 발달장애인 친구들에게도 힘들 때 꺼내 먹을 추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체험은 기록을 통해, 자꾸 꺼내보고 돌이켜보는 되새김질을 통해, 이야기하고 들려지는 것을 통해 경험으로 탈바꿈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쌓이고 또 이어지다보면 어느새 그 흐름 속에서 삶의 중요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됩니다. 힘들 때 버틸 수 있는 힘, 앞으로 계속 나아갈 힘이 될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텃밭농사를 지으면서 발달장애인들은 오감을 일깨우고 인식을 확장하는 기회, 친구와 함께 다양하고 풍성한 기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와 더불어 그것을 기록으로 변환하고 저장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취업도 중요하지만 정말 힘들 때 버틸 수 있는 그 기록된 경험의 힘을 키워줘야 한다는 것이 최문철 씨가 지난 5년 간 ‘꿈이 자라는 뜰’에서 배운 것이다. 

2015년 3월부터 ‘꿈이 자라는 뜰’ 일꾼으로 활동한 발달장애인 최형욱 씨와 그 어머니의 얘기를 들었다. 26살 형욱 씨와 가족들이 안산에 살다가 이곳 홍성군 홍동면으로 이사 온 것은 6년 전이다. 도시의 소외된 생활에서 우울감과 무기력에 시달리는 형욱 씨를 보다 못해 가족 모두 홍성군 홍동면으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다행히 이곳은 풀무학교를 비롯하여 귀촌, 귀농한 사람들의 마을 사업이 활발하여, 발달장애인을 보듬는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고 있었다. 최형욱 씨는 1주일에 이틀은 오전만, 하루는 하루 종일 ‘꿈뜰’에 와서 일을 한다. 그가 맡은 주된 일은 닭과 토끼 등 가축들에게 먹이를 주고, 비닐하우스의 허브 밭에 물을 주는 일이다. 제일 힘든 일이 뭐냐는 질문에 “차를 밀거나, 수레를 미는” 등 “한 가지 일만 할 때”라고 대답했다. 다행히 ‘꿈뜰’에서는 농사일 말고 목공, 풍물활동, 정원 음악회 등 다양한 활동도 할 수 있고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제일 좋아하는 일을 묻자 “허브 수확하는 일”이라고 했다. 월급은 20만원, 수입보다 굼뜰 일꾼들과 매번 점심 외식을 하는 게 마냥 즐겁다고 한다. 

2015년 꿈뜰 정원음악회. ⓒ꿈이 자라는 뜰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그밖에 의미 있는 발달장애인 농사 경험을 들을 수 있었다. 대전의 특수교육 선생님으로부터 발달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스쿨팜 이야기를 들었는데, 텃밭 체험학습뿐만 아니라 텃밭 체험장을 운영하는 일자리도 만들어 5명의 장애인을 고용했다고 한다. ‘꿈뜰’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농사 체험을 알게 된 발달장애인 15가족들이 공동으로 ‘패밀리 팜’을 운영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농사일이 서툴렀지만 발달장애 자녀들과 엄마 아빠가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노동과 수확의 기쁨을 나눌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복지 공동체 ‘캠프 아라리’ 설립을 목표로 정선에서 발달장애 아들과 ‘자연햇살농원’을 가꾸는 분이 보내준 글도 감동적이었다. 조금씩 농사일에 관심을 갖는 아들 ‘상욱’이 동네 반장이 되어 마을 일을 하게 되었다는 자랑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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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lizom@hanmail.net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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