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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은 롤러코스터 타면 위험하다? 법원, ‘현장검증’ 나서
중간에 멈춰선 놀이기구, 비상대피 현장검증 진행
시각장애인 당사자 “안전하다. 이렇게 잘해놓고, 에버랜드 대체 왜?”
등록일 [ 2016년04월25일 19시23분 ]

시각장애인이 롤러코스터를 타면 정말 위험할까? 당사자는 “위험하지 않다”, 반면 에버랜드 측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이는 결국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졌다.
 

25일 오전, 이에 대한 현장검증으로 시각장애인 당사자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고연금 부장판사) 재판부가 놀이기구에 함께 올라탔다. 이들이 탄 놀이기구는 시각장애인 ‘탑승금지’ 기구 중 하나인 티익스프레스(T-EXPRESS). 
 

이번 재판 원고인 시각장애인 당사자 김준형 씨(시각장애 1급, 만 23세)를 비롯해 고연금 판사, 양측 변호사 등이 놀이기구에 탑승했다. 이날 김 씨는 현재 에버랜드가 시각장애인 탑승을 제한하는 상황을 고려해 ‘사고 발생 시, 에버랜드 측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하고서야 놀이기구에 오를 수 있었다. 

에버랜드의 놀이기구 T익스프레스 (사진 출처: 에버랜드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티익스프레스는 처음엔 정상운행한 뒤, 두 번째엔 시각장애인 대피에 대한 안전 확인을 위해 중간에 멈춰서는 ‘가상 위험상황’을 연출했다. 안내 방송이 나왔고, 탑승객들은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비상계단을 따라 내려왔다. 시각장애인 김 씨 또한 비상계단 난간에 설치된 밧줄을 잡고 내려올 수 있었다.
 

김 씨는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계단이 안전하게 잘 만들어져 있었다. 내려오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면서 “이번에 오리엔테이션을 해봤으니 다음번엔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혼자 내려올 수 있을 정도”라고 답했다. 이어 “이렇게 잘해놨는데 에버랜드 측은 왜 그렇게 위험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현재 에버랜드가 시각장애를 이유로 탑승을 제한하는 놀이기구는 총 7개다. 티익스프레스, 롤링 엑스트레인, 범버카, 렛츠 트위스트, 더블락 스핀, 챔피언 쉽 로데오, 허리케인이 이에 해당한다. 에버랜드는 자체 내 가이드북에 이러한 제한 규정을 담고 있다.
 

그러나 김 씨는 과거에도 티익스프레스를 타본 적 있다. 어떤 날엔 탈 수 있고, 어떤 날엔 탑승이 거부된 것이다. 결국 지난해 5월, 놀이기구 이용을 거부당한 시각장애인 3명(김 씨 포함)과 당시 동행했던 비장애인 3명은 소송을 제기했다. 누구나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물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근거로 제한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는 에버랜드의 이러한 자의적 기준에 대해 “정말 위험하다면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면서 “‘장애인은 무조건 위험하다’는 편견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6월, 시각장애를 이유로 놀이기구 이용에 차별받은 시각장애인들이 에버랜드를 대상으로 차별구제청구소송,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며 연 기자회견 모습.


이날 현장검증에선 이들이 탑승 거부당한 또 다른 놀이기구인 롤링 엑스트레인에 대한 안전점검도 이어졌다. 김 씨는 이 역시 티익스프레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별 어려움 없이 내려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비상대피 훈련은 티익스프레스, 롤링 엑스트레인에 그쳤다. 김성연 활동가에 따르면, 다른 놀이기구의 경우 비상대피 시 사다리차가 필요한데 에버랜드에선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사다리차를 이용한 비상대피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활동가는 “에버랜드는 시각장애인이 사다리차로 옮겨 탈 때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서 “그런데 사다리차는 비상시 구조를 위한 차량으로 화재 등 다른 구조상황에도 쓰인다. 시각장애인에게 위험하다면 사다리차 구조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또한, 동일한 놀이기구에 대해 해외에선 시각장애를 이유로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는데 유독 에버랜드만 규제하는 것 또한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성연 활동가는 “티익스프레스는 키 130cm 이상이면 탈 수 있다. 이는 평균적으로 초등학교 3, 4학년의 키인데, 시각장애인에겐 위험하고 이들에겐 안 위험한가? 시각장애인에게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너무 미약하다”면서 “일어나지 않은 사고에 대해 재판과 현장검증 과정까지 거쳐서 ‘안전’을 입증해야 한다는 게 장애인을 비참하게 만든다”라고 전했다.
 

현재 원고 측은 자기결정권 침해와 장애인차별에 해당한다며, 에버랜드 측에 손해배상금 지급과 시각장애인 탑승 제한 내용을 담은 가이드북 내용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 공판 날짜는 5월 2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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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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