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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어떻게 ‘정신질환자 범죄’를 만들어냈는가?
[비평] ‘장애 이슈’ 사유 없이 정신장애인 소비만 하는 언론 행태
등록일 [ 2016년06월03일 13시22분 ]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해 경찰은 피의자의 정신질환 병력을 공개하며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후 조치 역시 ‘사회 안전을 위해 정신질환자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정신질환 여부를 판단하는 체크리스트 제작, 경찰 요청으로 인한 정신병원 행정입원이나 응급입원 시행, 당사자가 퇴원을 원해도 병원이 이를 거부하는 조치까지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신장애로 인한 범죄’인가,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이 저지른 범죄인가?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후,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몇 가지 범죄가 발생했다. 언론은 이를 ‘묻지마 범죄’라고 이름 붙여 보도했다. 피해 대상이 특정되지 않거나 돌발적이라는 게 그 이유인 듯했다. 대표적으로 ‘부산 묻지마 각목 폭행’, ‘서울 지하철 묻지마 흉기 난동’, ‘수락산 살인사건’ 등이 있다. 그런데 이 사건들은 범행 정황과 피의자의 특정 상태를 근거로 ‘정신질환자 범죄’로 비쳤다. 언론은 ‘정신질환’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엔 “정신 병력은 확인되지 않았다/확인 중이다”라는 문장을 덧붙여 정신장애와 범죄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정신질환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그에 대한 구체적 상황을 서술했다. 그렇게 일명 ‘묻지마 범죄’로 불린 사건들은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가 됐다.

 
그런데 ‘정신질환자 범죄’라는 것은 ‘정신장애(망상, 환청 등)가 원인이 되어 일어난 범죄’인가,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이 저지르는 범죄인가? 이 둘은 엄밀히 다르다.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도 ‘정신장애가 없는’ 사람처럼 사기, 절도, 강도 등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은 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언론이 사용한 '정신질환자 범죄'라는 용어는 정신질환과 범죄 관련성을 분리해 생각하기 어렵게 만든다. 정신질환은 그 사람이 지닌 하나의 속성에 불과하지만, 언론은 하나의 속성을 전체화하여 ‘범죄자’라는 의미만 부각시켰다.
 

아래 두 개의 사건을 보자.


첫 번째 사건. 장애 3급에서 4급으로, 나중에는 ‘장애 등급 외’ 판정을 받은 사내가 있다. ‘장애 등급 외’ 판정을 받으면 ‘근로 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어 기초생활수급자는 자활에 참여해야만 수급비를 받을 수 있다. 장애 등급은 하락했지만 그는 여전히 장애로 자활에 참여하기 힘들었다. 수급 탈락에 대한 위기로 결국 그는 유서를 들고 주민센터를 찾아갔다. 그는 그곳에서 칼로 자신의 흉부를 찔렀다. 병원으로 바로 후송됐지만 숨졌다. 유서엔 “억울하다. 더는 이런 문제로 스트레스받기 싫다. 장애등급을 내리는 데 있어 서류만 보고 판단하는 잘못된 관행을 고쳐 달라.”라고 쓰여 있었다.
 

두 번째 사건.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로 2000년에 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2012년, 장애등급 재판정을 받아야 할 때가 됐지만 받지 않았다. 구청은 그에게 자활에 참여해야 수급비를 받을 수 있는 ‘조건부 수급권’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이조차 거부하면서 결국 작년 7월 생계급여 40만 원을 삭감당했다. 그때부터 그가 받게 된 수급비는 주거급여 11만 원뿐. 그는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16만 원의 셋방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는 ‘사건’이 발행하기 나흘 전엔 굶주림에 집 근처 상점에서 바나나 1개를 훔치다가 붙잡히기도 했다. 그리고 25일, 그는 가로수를 지지하던 각목을 뽑아 길 가던 20대, 70대 여성을 폭행했다.

 
첫 번째 사건은 2013년도에 있었던 일이다. 그의 이름은 박진영, 뇌전증장애(간질장애)가 있었다. 두 번째 사건은 이번에 ‘부산 묻지마 각목 폭행’이라고 보도된 사건이다. 그는 정신장애 3급이었다. 그가 사건을 일으키게 된 정황들에서 ‘정신장애’를 지우고 읽었을 때, 어떠한 맥락들이 보이는가. 그의 행동을 ‘촉발’했던 것이 단지 그의 ‘정신적 질환’ 때문이었을까?
 
지난 5월 25일 일어난 ‘부산 묻지마 각목 폭행’ 사건 관련한 포털사이트 검색 결과 화면
 

대부분의 언론사는 그렇게 읽어냈다. ‘부산 정신장애 3급 강남역’이라는 키워드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5월 26일~27일 이틀 동안에만 50개의 기사가 검색된다. 다수의 언론사들이 강남역과 부산 사건의 공통점을 피의자의 ‘정신질환 병력’으로 꼽았고, 이 둘을 묶어 기사로 썼다.
 

그렇다면, 정신질환 병력이 없는 이들의 사건은 어떻게 ‘정신질환자 범죄’가 되었는가.
 

부산 각목 폭행 사건이 발생한 같은 날 저녁 8시, 서울의 한 지하철에서 40대 한 남성이 사람들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그는 소주 7병을 마신 만취한 상태였다. “침 뱉지 마라”는 청소부의 말이 그를 분노케 했다. 사람들이 그를 피해 달아나느라 지하철 승강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그는 2010년에도 지하철에서 흉기를 휘둘러 교도소에 2년간 복역한 적이 있다. 그는 전과 16범이었다. 그리고 나흘 후인 28일 새벽 5시, 수락산 산행길에서 60대 남성이 60대 여성을 칼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2001년에도 60대 여성을 살해한 뒤 2만 원을 훔친 적이 있다. 이로 인해 그는 15년을 복역하고 올해 1월 출소한 상태였다. 출소 뒤엔 줄곧 노숙하며 지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배가 고파 밥이라도 사먹으려고 범행을 저질렀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체포 당시 두 사람 모두 정신질환 병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YTN은 27일, 지하철역 사건과 관련해 “만취 폭력은 괜찮은가? …정신병만큼 무서운 술”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수락산 살인사건의 경우, 당시 정신질환 병력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언론사들은 “정신병력은 없다”고 기술함으로써 ‘없음’을 ‘잠재적 있음’으로 기묘하게 연결시켰다. 이어 31일 조선일보는 “김 씨에게 정신병력이 있는지도 확인 중”이라면서 피의자가 과거 알코올의존증으로 5차례 입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게 정신병력은 ‘확인 중’으로 이들은 ‘대기’ 상태에 놓인다. 마침내 6월 2일, 경찰은 수락산 살인사건 피의자가 지난달 12일 조현병과 관련해 10일치 약 처방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발표했다. 언론은 일제히 받아썼고, 다수의 언론사가 강남역 사건 피의자도 조현병이었음을 환기시켰다.


문제는 범죄 원인이 ‘정신질환’에 집중될수록 다른 사회적 맥락들은 가려진다는 것이다. 정신질환, 알코올의존증 등은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는데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는’ 한 요인이 아니라 ‘원인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정신질환자=범죄자’라는 도식이 형성된다.


혹시 이러한 물음을 던져볼 수 있을까. ‘침 뱉지 마라’는 말이 그 사람에겐 어떻게 들렸을까. 그 말은 그의 삶의 어떤 부분을 건드린 걸까. 삶이 고통스러울 때 술 이외에 기댈 수 있는 다른 선택지들이 그에겐 있었을까. 혹은, 15년 만에 교도소에서 출소한 이에게 이 사회는 어떠한 빛깔이었을까. 출소 후, 연락할 사람은, 직업은 구할 수 있었을까. 한국사회에서 교도소라는 공간이 범죄에 대한 형벌적 기능만을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삶을 회복하고 사회 복귀를 위한 장으로도 작용하는가. 혹시, 자기 삶에 더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가 자신보다 더 약한 사람들에게 향한 건 아니었을까.
 

그러나 한 사람이 벼랑 끝에 서게 된 사회적 맥락을 살피고 그것을 해소해나가는 방법은 복잡하고 어렵다. 그래서 언론은 그들의 행동을 ‘이상 행동’으로 정리하고는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언론은 누구의 발언을 캐스팅할 것인가? 
 

언론은 대검찰청, 복지부 보도자료만큼이나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23일 성명도 많이 인용했다. 이 성명서는 전문성과 내용의 적절성으로 수많은 언론이 인용 보도했다.
 

그러나 이 성명에서 조명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바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이들의 의견이다. 학회는 강남역 사건과 관련해 “치료와 관리, 증상으로 인해 나타난 비극적 결과에 대해 개인과 그 가족의 문제로만 치부하여서는 안 되며, 사회적, 국가적 테두리에서 보다 전문적인 돌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전부개정안에서 “입원절차가 강화되어 증상과 병식 부족으로 인해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 본인 의사에 반하는 입원이나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은 언뜻 타당해 보인다. 학회 측 목소리는 바로 그 상식에 기대어 있되, 사람들의 불안을 건드린다. 바로, 정신장애인이 스스로 자기 병에 대해 인지할 수 없을 때 사회와 국가가 적절히 개입해야 한다는 거다. 적시에 개입해 치료를 도와야 한다는 이유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입원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을 살아있게 한다.
 

강제입원·장기입원 문제에 있어 정신병원 측은 이해관계 당사자다. 2015년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강보험, 의료급여를 합한 전체 총 의료보장 급여비(2013년 10월 기준)는 43조 원가량이다. 이중 정신질환자 총 급여비만 2조 8350억 원에 달하는데, 절반가량이 ‘입원’으로 인해 발생한다. 즉, 장기입원은 병원의 안정적인 수입원으로 작동한다. 지난 5월 김춘진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정신병원 입원 환자 수는 7만 932명이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유일하게 정신과 병상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나라다. 외국의 경우, 탈원화를 통해 정신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도록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자 범죄’로 정리되면서, 언론엔 수많은 정신건강전문의, 범죄심리전문가들의 발언이 실렸다. ‘누구의 발언을 인용할지’에 대한 선택은 이 사건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반영함과 동시에 이 사건의 프레임을 어떻게 짤 것인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 ‘발언의 캐스팅’에 대한 권한은 기자와 언론사가 쥐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치료’에 방점을 두며 이번 사건을 설명해나갔다. 물론 치료는 중요하다. 그러나 치료만 잘 이뤄지면 되는가? 치료를 중심에 두면 그 삶은 여전히 병원(의료 권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삶이 아닌가?


“이번 사건을 일으킨 가해자는 조현병 진단을 받고 총 6차례 입원했다고 한다. 만약 그가 퇴원 후 지역사회에서 이용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가 있었다면 이렇게 됐을까. 전문가가 제공하는 사회복지서비스도 필요하지만 현재 복지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선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활동이 더욱더 필요하다. 정신장애인 내에서도 회복된 당사자가 고립된 당사자를 지원할 수 있다면 이런 사건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신장애인이 혐오 대상으로 남는 것과, 함께 어울리며 사는 환경 중 어떤 것이 당사자와 사회에 더 좋을까.” (정신장애인 당사자·가족 나섰다 “강신명 경찰청장, 사과하라!”, 『비마이너』, 5.31자 보도)
 

지난 5월 31일 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신장애인 동료상담가로 활동하는 신석철 씨가 한 발언이다. 정신장애인을 ‘치료 대상’만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두고서 이야기하며 이번 사건을 해석해나갔다. 이러한 ‘관점’이야말로 당사자의 힘 아닐까.

지난 5월 31일, 경찰청 앞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강제입원 강화 대책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언론은 경찰의 행정입원·응급입원이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미디어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장애계는 지난 27일, 31일 총 두 번에 걸쳐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강제입원 강화 대책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신장애인의 목소리를 보도한 언론사는 장애계 언론사와 소수의 몇 언론사뿐이었다.


이러한 발언의 캐스팅은 주류 언론이 이 사건을 어떻게 다루는지 드러낸다. 또한, 평소에 장애 이슈를 어느 수준으로 고민하는지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의 “당신이 가지고 있는 조현병에 대한 세 가지 편견”(5/29), 서울신문의 “정신분열증 환자는 잠재적 범죄자?”(5/30)와 같은 기사는 조현병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를 해소해준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기사이기도 했으나, 그래서 아쉽기도 했다. 한국 주류언론에서 다룰 수 있는 최대치가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 해소에 그친다는 한계를 확인한 순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이상의 몫’을 해야 할 장애계 언론사는 어떠했나. 장애계 언론사 또한 이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기자회견 취재 이외에 현재 정부의 움직임이 어떠한 의도와 맥락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지를 짚은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국 주류 언론에 ‘장애인’이란 어떤 존재인가. 장애인은 사유의 대상인가, 아니면 사건 소비의 대상인가? 지금 언론은 누구의 자리에 서서 이 사건을 조망하고 해석하고 프레임을 짜고 있는가. 그들이 ‘비판’하고 있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누가 만들어냈는가. 주류 미디어가 재생산하고 강화시킨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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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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