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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네 거주인 J 씨의 ‘외출 프로젝트’
가평 꽃동네 거주인 J 씨는 친구들과 외출도, 전화도 할 수 없었다
'보호자 동의'를 받으라는 시설의 말, 당사자 결정권보다 우선해야 하나
등록일 [ 2016년06월07일 19시25분 ]
노들장애인야학 교사 한 명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노들야학에 다니다 6년 전인 2010년, 가평 꽃동네에 들어간 'J'씨와 외출을 신청했다가 단칼에 거절당했을 뿐 아니라, 전화통화도 하지 못 했다는 것이다. 시설에서 밝힌 이유는 "보호자가 원치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시설에 들어가고 처음 3년 간 조용히(?) 지내던 J 씨가 갑자기 시설에서 나가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가족들은 이런 ‘사악한’ 생각을 불어넣은 것이 노들야학 교사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족들 외에 J 씨를 찾아오는 외부인들은 노들야학 교사들뿐이었다. 그래서 가족들은 J 씨가 노들야학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게 해 달라고 시설 측에 요구한 것이다.

자, 그럼 가족들의 이러한 요구에 대한 시설 측의 올바른 대응은 무엇일까. 당연히 본인 의사를 묻고, 그의 의견을 가족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꽃동네 측은 주저 없이 가족 편에 서는 것을 택했다. 시설 측은 ‘보호자의 요청’이라며 외출이며 전화 통화며, 야학 교사들의 요청을 깨끗하게 끊어냈다.

그러나 J 씨의 지인들은 이것이 가족만의 뜻인지, 그도 동의한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전화로 그의 의사를 물을 수 없다면 직접 얼굴을 보고 묻겠다며, 야학 교사와 J 씨의 지인 몇 명이 가평 행을 결정했다. ‘J 씨 가평군 외출 프로젝트’의 막은 이렇게 올랐다.

가평 꽃동네 '희망의 집'에 거주하는 J 씨와 친구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J 씨가 거주하던 '희망의 집'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내부 공사로 현재 다른 거주 시설 '온유의 집'으로 옮겨와 있었다.
 
꽃동네에 도착한 직후 우리가 해야 했던 것은 방명록에 신상 정보를 세세하게 기록하는 것이었다. 방명록에는 쓰라는 항목이 많기도 했다. 이름은 물론, 생년월일(대체 왜?), 주소(더욱, 대체 왜?)와 전화번호(더더욱, 대체 왜?)까지, 내가 지금 쓰는 것이 꽃동네 회원 가입서는 아닌지 재차 확인했다. 주소란에 시, 구, 동까지 기재를 했더니 지켜보던 직원이 대뜸 더 자세하게 쓰란다. 꽃동네 소식지라도 보내주려고 그러나 싶어 괜찮다고 했더니 “다른 분들도 다 쓰셨어요”라는, 영문 모를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 집 주소를 번지수, 아니 이제는 도로명이며 동 호수까지 써야하는 이유가 ‘다른 사람도 했으니까’라니. 법원에 제출하는 탄원서에도 주소는 시, 구, 동까지만 쓰면 되는데. 재빨리 다음 사람에게 펜을 넘겼다. 그 사람은 ‘생년월일과 전화번호를 쓰지 않는다’고 또 한 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꽃동네 소식지도 필요 없고 생일 축하 문자도 필요 없는데.

마침 J 씨가 직원이 밀어주는 침대형 휠체어를 타고 내려왔다. 한눈에도 그는 내가 취재 현장에서 만난 많은 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설 밖’에서 만났던 그들은 기자회견장에 피켓을 들고 나오고, 그 누구보다 격렬하게 경찰과 싸우고, 밥도 잘 먹고, 연애도 잘만 한다. 대체 그의 ‘시설을 나가고 싶다’는 소망이 위험할 이유가 뭐길래 우리는 그와 전화 통화조차 하질 못했나.

나무 그늘 아래 옹기종기 둘러앉아 J 씨와 대화를 시작했다. J 씨는 언어장애가 있어서 의사소통은 주로 야학 교사들이 묻고 J 씨는 그렇다, 아니다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형이랑 외출하고 싶었는데, 시설에서는 가족들이 반대했다고 안 된대. 그래서 형은 어떤지 물어보려고 전화 바꿔 달랬더니 그것도 안 해줬어. 우리한테 전화 온 것, 알고 있었어?” 고개 저음. “형은 어때, 나가고 싶어?” 격렬한 끄덕끄덕, 그리고 함박웃음. J 씨의 의사를 확인하자 갑자기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본인이 원한다는데 누가 그의 외출을 막을쏘냐.

그러나 그의 외출을 꽃동네가 막아섰다. 아니나 다를까, “‘보호자’가 외출을 원치 않고, 우리는 ‘보호자’ 뜻에 따를 수밖에 없다”라는 깨끗한 거절이 다시 돌아왔다. J 씨가 거주하는 ‘희망의 집’ 팀장은 “보호자와 먼저 이야기하고 동의를 구해오라”고만 했다. 야학 교사들은 “J 형은 이미 성인이기에 가족은 그의 ‘보호자’가 아니다. 형의 의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시설”이라고 반박했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팀장 선에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 원장을 만나 이야기하기로 했다.

‘희망의 집’ 원장 수녀는 “우리는 거주인의 ‘인권’을 무시하지 않고 있다”라고 입을 열었다. “우리는 외출하고 싶다는 본인 의사가 있으면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서 외출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이 분께 가족이 없는 것도 아니니, 가족들의 동의를 먼저 구해 오시라”. ‘인권’이야기를 한 바로 다음에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외출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하나 앞이 깜깜해졌다. 모든 사람이 (아마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눈치만 보고 있던 와중에, Y가 입을 열었다. “인권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자기 결정권’인데요. 그리고 J 형은 미성년자가 아니고요. 인권은 존중하신다면서 자꾸 가족 동의를 이야기하시면 모순이죠”.

정곡이라고 생각하면서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원장 수녀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재차 “우리는 보호자에게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보호자의 동의를 얻고 오지 않으면 허락할 수 없다”라고만 했다. 의무? 정말? Y는 그 자리에서 ‘장애인복지법’을 찾아봤다.
 

제60조의4 (장애인 거주시설 운영자의 의무) ① 시설 운영자는 시설 이용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인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즉각적인 회복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② 시설 운영자는 시설 이용자의 거주, 요양, 생활지원, 지역사회생활 지원 등을 위하여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③ 시설운영자는 시설 이용자의 사생활 및 자기결정권의 보장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Y는 3항 ‘자기결정권의 보장’을 특히 강조를 해서 읽었다. 이 법 조항 어디에도, ‘보호자’, 즉 가족의 동의가 자기결정권 보장의 조건으로 제시되어 있지도 않았다.

법을 들고 나올 줄은 몰랐는지, 원장 수녀는 J 씨가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외출을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한다. 그럼 가족들의 이야기만 듣고 J 씨의 의사는 아예 물은 적도 없다는 것인가. 한 번 더 깜깜해졌다. 원장 수녀는 “나가고 싶어? 정말이야?” 라고 J 씨에게 (이제야) 물었고, 그는 두 번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20여분 동안 돌고 도는 대화 끝에, 우리는 외출을 ‘허가’ 받았다. 외출용 휠체어를 타고 건물 밖으로 나올 때의 그 환한 웃음이란! J 씨는 시설에 들어온 후 6년 동안 단 한 번도 외출한 적이 없다. 시설 측은 소풍이나 프로그램 등 외출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에게 의사를 물었지만 그는 늘 싫어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지인들이 우르르 몰려와 법까지 운운하며 이야기를 한 끝에서야 J 씨의 의사를 묻는 원장 수녀를 보니, 정말 물어봤나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99번 물어봤고 단 한 번 안 물어본 거라 억울하다면 죄송하다. 하지만 100번 다 물어보는 것이 ‘시설의 의무’라지 않나.

J 씨와 그의 친구가 함께 식사를 하다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J 씨와는 식사만 했다. 직원들 퇴근하는 6시 전에는 들어오라는 ‘조건 외출’이었기 때문에 경치 좋은 강까지 구경하러 가지는 못했다. J 씨는 많이 먹지는 못했다. 다시 시설에 돌아가 직원들과 가족들에게 들을 이야기가 걱정되었던 것일까. 아니나 다를까 그날 노들야학 사무실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단다. 그의 가족들이 전화를 해서 어마어마하게 화를 냈단다. 일행이 떠나자마자 꽃동네에서 ‘보호자들’에게 전화를 돌렸던 것이다. J 씨의 누님은 친구들에게도 전화를 해 “꽃동네에서 말하길, 당신들이 한바탕 ‘난리’를 치고 갔다더라”고 분개하셨다.

J 씨는 우리와 누님의 통화를 어떤 마음으로 들었을까. 그의 외출을 위해 시설 측과 싸워준(!) 사람들이 없었다면, 시설 밖으로 나가고자 하는 J 씨의 편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가족이 원치 않는 시설 밖의 삶. 그의 의사보다 가족의 의견이 더 중요한 시설. 그리고 그런 시설 안에서 세 끼 밥을 먹고, 누군가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며 살아야 하는 삶. 그런 J 씨를 보고 있자니, 문득 그에게 묻지도 않고 갑자기 침대형 휠체어 등받이 높이를 조절하던 시설 직원의 행동이 떠올랐다. 그 등받이는 J 씨가 불편하다고 해서 우리가 높여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시설 직원은 그가 불편해 ‘보인다’는 이유로 갑자기 덜컥, 하고 그 등받이를 낮췄다.

‘보호’라는 선의 아래 매몰되어버린 장애인의 목소리. 물 좋고 공기 좋은 평화로운 시설에 조금만 가까이 가 보면, 이 목소리의 아우성을 들을 수 있다. J 씨와 시설로 돌아갔을 때 창문마다 빼곡히 들어서서 우리를 바라보던 거주인들의 눈빛. 그들을 향해 ‘장애인복지법 제 60조의 4’를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읽어주고 싶었다. 이것이 당신들의 권리라고. 하지만 아직 해도 지지 않은 오후 다섯 시 반에 직원들이 퇴근 전에 주는 밥을 먹기 위해 사람들은 서둘러 제자리로 돌아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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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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