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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로사이드_따끈따끈 오늘의 창작 20
정종필 창작자
등록일 [ 2016년07월29일 22시48분 ]

 

이 그림은 무엇인가요?
 

이 그림 속 작은 칸들엔 왜 다 똑같은 사람이 있나요?
 

이 남자는 누구고 이 여자는 누군가요?
 

이 남자는 이용식 아저씨고 이 여자는 이선영 아나운서라는 걸 알게 되면 어떤가요?
 

가운데 있는 것이 과일이 아니라 장미꽃임을 알게 되면?
 

왜 비슷한 장면이 수십 번 반복되나요?
 

왜 이런 그림이 책상 한편에 수십 장, 수백 장 쌓여있나요?
 

수십 장, 수백 장 쌓이는 그림을 그린 사람은 누구인가요?
 

수십 장, 수백 장 쌓이는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정종필이라는 27세의 서울 남자는 왜 꼭 하루에 한 번 이 그림을 그려야 하나요?
 

누구보다 행복한 얼굴을 하고, 누구보다 집중하여, 왜 일기 쓰듯 이 그림을 그리나요?
 

왜 일기 쓰듯, 조금씩 조금씩 여자의 의상을 바꾸나요?
 

여자의 의상이 바뀌는 걸 발견했나요?
 

여자의 머리가 바뀌고, 남자의 넥타이가 바뀌는 걸 발견했나요?
 

여자의 머리가 바뀌고, 남자의 넥타이가 바뀌듯 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표정과 감정, 그리는 순간 창밖의 햇살과 구름의 모양이 바뀌었다는 걸?
 

그리고 또 뭘 발견했나요?
 

그리고 또 뭘, 발견하지 않았나요?
 

이를테면 여자의 머리가 바뀌고, 남자의 넥타이가 바뀌는 와중에도 절대로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
 

발견하지 않았나요? 발견하지 않았고, 발화하지 않았고, 생각조차 않았나요?
 

발견하지 않고, 발화하지 않고, 생각조차 않은 것은 또 무엇이었나요?
 

그 무엇은 이 그림인가요? 이 그림은 무엇인가요?
 

여전히 하찮나요? 수백 장 쌓인 것, 쓸모없나요? 버려야 하나요?
 

우리는 이 그림 앞에서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나요?

또 어떤 질문을, 이어가야, 할까요?
 

[따끈따끈 오늘의 창작]
<로사이드>는 의미 없는 낙서 또는 장애에서 비롯된 증상으로 여겨져 버려지고 금지되던 예술 작업, 제도권 교육과 관계없이 지속하여온 독창적인 창작세계를 재조명하고 사회에 소개합니다. 최근에는 자폐성장애, 정신장애, 경계성 장애 등을 가진 창작자와 함께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로사이드>는 이러한 창작물을 본 연재를 통해 정기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 홈페이지 : rawsid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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