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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 집단시설 ‘코호트 격리’에 “사회적 약자 감염관리 포기한 격”
경북지역 95% 이상 시설에서 코호트 격리 시행 중이지만 오히려 시설 내 확진자 늘어
“실효성 없는 코호트 격리는 장애인 감염 관리 및 시설정책의 실패 숨기는 미봉책에 불과”
등록일 [ 2020년03월18일 10시55분 ]

이상우 장애인 활동가가 하얀 마스크를 쓰고 ‘코로나19 장애인안전대책 마련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박승원
 

전국의 지자체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를 이유로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집단 코호트 격리 선언을 연이어 발표하자 장애계가 분노했다. 

 

17일, 경북지역 시민사회 및 노동 단체들(아래 경북지역 단체)은 경상북도의 사회복지시설 코호트 격리에 대한 공동 성명을 냈다.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총 51개 단체는 경상북도가 9일, 코로나19 총력 대응주간을 선포하면서 도내의 모든 사회복지시설 581개소에 대해 경기도에 이어 두 번째로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강제 시행했지만, 현장과 어떠한 소통도 없이 일부 종사자 제외규정과 보상방안만 통보한 채 행정명령을 강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북지역 단체들은 “현재 코호트가 시행되고 입소자와 종사자 전원이 2주간 외출과 출퇴근이 금지된 상황”이라며 “이미 사회적으로 격리되어 차별받는 입소자들은 1인 1실의 격리공간도 확보되지 않는 수용시설에 다시 이중 격리되었으며, 시설 노동자들은 마땅한 숙박공간도 없이 사무실과 같은 공간을 활용해 집단 기거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따라서 경북지역 단체들은 국가적 재난 상황 발생 시, 장애인, 고령자, 돌봄 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특정집단에 대한 차별로 귀결되는 것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코호트 격리 조치를 즉각 중단하기를 요구했다. 

 

전장연, ‘코호트 격리’는 장애인에 대한 감염 및 시설정책의 실패 숨기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해

 

같은 날(17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또한 성명서를 통해 지자체의 무책임한 집단 코호트 격리 선언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전장연은 먼저 ‘코호트 격리’에 대해 설명하며 “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감염병 병원체에 감염되었다고 의심되는 사람’을 격리하는 용도에만 엄격하게 쓰여야 하지만, 현재 지자체장은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무차별적 코호트 격리를 선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곧 사회복지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를 아무 근거 없이 ‘감염 의심자’로 취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정조치”라고 꼬집었다. 

 

또한 전장연은 현재 남발되는 ‘코호트 격리’가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대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전장연에 따르면 국내 첫 코호트 격리 조치가 시행된 경북 청도 대남병원은 98%의 감염률과 7%의 치사율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전장연은 “청도 대남병원에 대한 ‘코호트 격리’는 집단 감염 및 사망을 묵인한 대표적인 정책 실패의 사례”라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경상북도에 대해 “현재 입소자와 종사자를 대상으로 95% 이상의 시설에 코호트 격리 조치를 하고 있지만, 오히려 코호트 격리 시설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공언한 경기도 또한 마찬가지다. 경기도는 2일부터 노인요양 및 장애인 거주시설 등 총 1,824곳의 의료·거주 시설에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시행했으며, 16일에는 예방적 코호트격리를 오는 29일까지 2주 추가연장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장연은 “경기도의 예방적 코호트 격리에 실제로 참여한 장애인 시설은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결과는 (경기도의 예방적 코호트 격리 조치가) 아무런 실효성 없는 한낱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비판했다. 

 

지자체의 연이은 ‘코호트 격리’ 조치를 두고 전장연은 “현재 대응 매뉴얼, 시설 내 발병 시 생활지원 대책 등 명확하게 공개된 정보 없이 행정편의상 무조건 코호트 격리만을 주장하는 것은 현실성 없는 정치 쇼에 불과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염 관리 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장연은 “코호트 격리는 겉으로 ‘안전제일’을 표방하지만 사실상 장애인의 감염 관리 및 시설정책의 실패를 숨기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시설 내 집단 코호트 격리는 장애인의 건강권을 해칠 뿐 아니라, 개별 분리가 아닌 집단 격리를 강요해 감염병 노출에 취약성을 오히려 드러낸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전장연은 16일, 질병관리본부가 코로나19의 장기화 전망을 발표한 만큼, 시설에 입소한 장애인을 무기한 감금할 수 없는 사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일상’을 준비하기 위한 체계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따라서 전장연은 코로나19에 대항하는 긴급한 대책 수립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실효성 없는 코호트 격리조치 선언의 즉각 중단 △장애인 격리 대상자 특성에 맞는 쉽고 충분한 정보 제공 △시설 입소 장애인의 감염 예방을 위해 집단 격리가 아닌 1인실 및 전문 생활지원인력의 배치 △장애인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지정병원과 병동, 전문 생활지원인력의 운영 △생활지원인력에 대한 합리적인 근무조건 및 안전장비 체계 구축 △시설 입소자 관리에 대한 보건복지부 및 지자체의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 공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1조에서 권고하는 재난대책 수립을 적극 이행하기 위한 논의기구 구성 △감금수용시설 정책의 폐지 및 구체적인 탈시설 정책 즉각 추진을 요구했다. 이와 더불어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이러한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TF수립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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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연 기자 gayeon@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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