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자립적인 삶을 살고 있나요?’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누구나 대답하기 곤란할 것이다. 아마 상당수 비장애들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학교에 가고, 학교를 졸업하면 취업하면서 부모로부터 독립된 삶을 살아갈 것 같다. 하지만 장애인이 경험하는 자립의 과정은 다를 수밖에 없다. 2020년 이루어진 장애인 거주시설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최종학력 중학교 졸업 이하: 55.35% (무학: 36.02%/ 초졸: 8.99%/ 중졸: 10.34%)- 근로에 참여하고 있는 경우: 16.2% (이 중 66.89%의 장애인
지난 2월 5일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이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지원 등에 관한 조례’ 폐지안을 발의했다. 이에 노동, 사회단체가 모여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폐지 저지와 공공돌봄 확충을 위한 공대위’를 발족해 조례 폐지안에 대한 반대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서울시의회는 4월 19일부터 열리는 임시 회기에서 이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폐지 조례안을 발의한 강석주 서울시의원은 발의 배경으로, 사회서비스원이 공공성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설립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낯설다. 그만
체감의 크기가 나날이 커지는 기후위기의 현실을 반영하듯 22대 총선을 앞두고 거대 보수 정당들도 기후위기 관련 공약을 제출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기후위기 앞에 절박함을 호소했던 것에 비해 기후 의제가 주요 정치 현안으로 다루어지지 못해온 현실을 고려하면 이번 총선에서 기후를 둘러싼 정치의 풍경이 사뭇 달라진 것 같다. 과연 22대 국회는 ‘기후정치’를 담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 ‘기후정치’의 (재) 등장선거 시기마다 기후 의제를 정치의 문제로 만들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기후위기비상행동’으로 결
한국장애포럼은 국내외 장애계와의 지속적인 협력과 연대를 통하여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등의 이행을 촉진하고 장애인의 권리 실현과 통합적인 사회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장애단체들의 연합조직입니다. 한국장애포럼은 해외 장애계 뉴스 중 한국 장애계와 공유하고픈 뉴스를 뽑아 소개합니다.1. 캐나다 시설수용 피해생존자들의 탈시설 투쟁 담은 다큐멘터리 개봉캐나다 피플퍼스트(People First of Canada)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이 네 개의 벽(These Four Walls)」이 최초로 공개되었습니다. 영화는 매니토바개발센터(Mani
‘지금, 어디에도 없는 성평등’‘여성 주권자가 말한다, 2024 총선에 없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성’ 혹은 ‘성평등’이 실종됐다는 진단과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성차별·성폭력으로 얼룩진 후보자 공천 과정을 보며 분노와 회의감에 빠지지 않기란 쉽지 않다. 지난 2년은 윤석열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상징적인 일곱 글자로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무력화시켜 온 시기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도 ‘인구부 신설’을 가장 앞세워 또다시 여성가족부 폐지를 예고했지만, 이에 맞서 성평등 가치를 전면화하거나 여성 대중을
[편집자 주] 서울시는 지난 2월 26일 ‘장애인 자립지원 절차 개선안’을 발표했습니다. 이 안에 따르면, 장애인거주시설에 사는 장애인이 탈시설을 희망하는 경우, ①의료진의 자립역량 조사 ②자립지원위원회의 퇴소 검토(거주시설+전문가) ③자립체험(5년간 자립 준비) ④자립역량 재심사(1년 단위)의 단계를 거쳐야만 합니다. 퇴소 후 모니터링 결과,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부적응”한다고 판단되면 시설에 재입소 될 수 있습니다. 즉, 탈시설 절차가 까다로워졌을 뿐만 아니라 탈시설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는 배제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장애포럼은 국내외 장애계와의 지속적인 협력과 연대를 통하여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등의 이행을 촉진하고 장애인의 권리 실현과 통합적인 사회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장애단체들의 연합조직입니다. 한국장애포럼은 해외 장애계 뉴스 중 한국 장애계와 공유하고픈 뉴스를 뽑아 소개합니다.1. ‘토파즈 소셜케어홈 사건’ 1심 법원, 헝가리 당국의 장애인 권리침해 책임 인정지난 2월 27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지방법원은 장애인 거주시설 ‘토파즈 소셜케어홈(Topház Social Care Home)’이 시설 거주인 220명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새진보연합은 22대 총선용 비례연합정당인 ‘민주개혁진보연합(가칭)’을 3월 3일 창당하기로 했다. 이에 참여할 것을 요청받은 녹색정의당은 당내 논란 끝에 ‘비례연합정당’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 지역구 선거연대는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4년 전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하는 꼼수 정치의 상징이었던 ‘위성정당’이 이번 총선에서는 ‘반윤석열 연대’를 이룰 ‘연합정치’의 빅텐트로 돌변한 것이다. 특히 ‘위성정당’ 비판에 앞장섰던 시민운동 세력이 ‘연합정치시민회의’로 결집해
얼마 전 서울시의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서 해고된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하기로 했다. 곧 도착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지만, 어쩐 일인지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지하철역의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난 탓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역사는 몇 년 전 휠체어 탄 장애인의 추락사가 있었던 곳이었다. 고장 난 엘리베이터는 바로 그 사고 후 설치된 엘리베이터였다. 휠체어로 역사 밖에 나오기 위해 돌고 돌아야 했다. 저상버스가 올 때까지 여러 대의 버스를 보내고, 다시 저상버스를 여러 번 나누어 탄 끝에
1. 스페인, 장애인 비하 표현 없애고 장애인의 실질적 권리 명시한 헌법 개정안 하원에서 통과지난 18일 스페인 하원에서는 스페인 헌법 조문에 포함돼 있던 장애인에 대한 비하적 표현을 전면적으로 삭제·변경하고, 장애인의 실질적 권리, 평등, 사회통합을 약속하는 새로운 헌법 개정안(3차 개헌)을 의회 표결을 거쳐 통과시켰습니다. 해당 개정안은 하원에서 우선 통과된 것으로 앞으로 상원에서도 의원 5분의 3의 동의를 받아야 통과될 수 있습니다.이로써 그동안 그 비하적 의미가 논란이 되었던 스페인 헌법 제49조의 표현 ‘disminuido
“간병비, 국가가 해결하겠습니다.” 길에 걸린 현수막 문구에 눈길이 갔다. 뇌출혈로, 파킨슨병으로 오랜 시간 머물렀던 병원에서 나왔지만, 이전과 같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가족을 돌보며 간병인과 함께 살고 있는 지인들이 떠올랐다. 지난 12월 21일 정부는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방안’을 발표했다. 사적 간병비 지출 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2025년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둔 상황에서 간병 부담을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둘 수 없다는 이야기가 계속되어왔다. 간병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 반가운
더불어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조연우 위원장이 지난 1월 8일 32세의 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났다. 그는 인공호흡기 없이는 숨을 쉴 수 없는 최중증의 근육장애인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약한 자들을 지키는 정치”를 하고 싶어 했던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많은 동료들이 깊은 슬픔에 빠져 있다.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했던 그는 남들보다 수십 배의 노력이 필요함에도 용기를 잃지 않고 도전하는 대범한 사람이었으며, 260만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배제와 차별을 겪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권리가 존중받는 사회를 구현하고자 정치에
한국장애포럼은 국내외 장애계와의 지속적인 협력과 연대를 통하여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등의 이행을 촉진하고 장애인의 권리 실현과 통합적인 사회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장애단체들의 연합조직입니다. 한국장애포럼은 해외 장애계 뉴스 중 한국 장애계와 공유하고픈 뉴스를 뽑아 소개합니다.1. 체코 헌법재판소, 장애아동의 통합교육과 사법접근에 관한 획기적 판결2023년 12월 4일, 체코 헌법재판소는 장애아동의 교육 및 사법 접근권을 가로막았던 하급심 판단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림으로써, 체코 내 모든 장애아동이 통합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투쟁2009년, 일명 ‘마로니에 8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의 보장을 촉구하며 진행한 노숙농성 투쟁으로부터 탈시설 운동이 본격화되었다. 2013년 서울시는 탈시설-자립생활 지원을 목적으로 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IL센터)와 ‘거주시설 연계 자립생활 지원사업(아래 거주시설연계사업)’을 시작했다.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아래 숨센터)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송파구에 있는 신아재활원(아래 신아원)과 거주시설연계사업으로 만나 탈시설을 지원했다. 6년의 시간 동안 활동 일정을 잡는 것 자체가 쉽지 않
- IL센터의 시설 편입 담은 장복법 개정, 늦었지만 제대로 된 논의를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IL센터)의 장애인복지시설 편입을 골자로 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인적으로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내용을 떠나 IL센터(제54조)와 장애인복지시설(제58조)을 구분한 법의 구조는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장애인복지시설의 한 종류로 자립생활지원시설(아래 IL지원시설)을 두고 이를 “IL센터가 수행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시설”이라는 식으로 규정한 모순적인 개정안 자체가 법률로 인정받을 수 없으리라 생각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공표했던 1호 공약, 청년주거정책이 흥행 가속도를 밟고 있는 것일까? 지난 11월 24일, 당정 협의 결과로 국토교통부는 ‘청년 내 집 마련 1․2․3 주거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은 24세 이하 무주택자 청년이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에 ① 1년만 가입하면 ② 2%대 저리의 주택담보대출을 분양가의 80%까지 최장 40년까지 ③ 생애 3단계에 걸쳐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청약통장에 가입하는 1단계 준비기를 거쳐 청약에 당첨되면 2단계 대출을 통해 집을 마련하고 결혼·출산에 이르는
11월 9일, ‘진짜사장 교섭법'과 ‘손배폭탄 금지법(노란봉투법)’으로 불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20여 년 동안 노동 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사용자에게 책임을 묻고자 했던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이 곳곳에서 벌어졌고, 노동자의 정당한 단체행동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게 부당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 힘에 국회가 뒤늦게 움직이기 시작했으나 12월 1일, 윤석열 정부는 기어이 이 모든 걸 거스르며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사실상 21대 국회
지난 10월 11~12일에 열린 ‘2023 국제장애인권콘퍼런스’에서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라오스,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CRPD, 아래 협약) 국가별 최종견해 이행 점검 지표가 발표됐다. 이들 국가는 지난 9월부터 온라인을 통해 세 차례 ‘지표개발워크숍’을 갖고 국가별 주요 최종견해 결과에 대한 이행지표를 함께 개발했다. 당초 워크숍 참여 대상을 ‘최근 2년 이내에 최종견해를 받은 아시아 국가’로 한정해 소규모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몽골처럼 아직 최종견해를 받지 않은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2020년 서울시는 전액 시비를 투입해, 스스로 일상생활 영위가 어려운 최중증장애인과 탈시설장애인을 위한 ‘서울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260개를 전국 최초로 만들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장애 유형과 특성을 고려해 △장애인 권익옹호 △문화예술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등 3개 분야에서 업무를 수행한다. 자본의 생산성을 중요시 여기는 고용시장에서 일자리 참여 기회조차 얻기 힘든 최중증장애인에게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을 누릴 수 있도록 ‘노동의 기회’를 줘서 ‘장애인의 권리를 높이는 데 기여한
얼마 전 10.29 이태원참사 1주기 추모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과 유가족들은 한목소리로 외쳤다. “국회에 계류 중인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제정하라”,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오래전부터 여러 번 외쳐왔던 구호, 익숙해져 귀에 익을 만큼 반복되는 호소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그토록 오랫동안 외쳐왔음에도 미처 이뤄지지 못한 요구이기도 하다.그동안 재난, 산재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을 외쳐왔다. 수많은 사건 속에서 아프게 배워왔음에도 여전히 참사가 반복되는 사회를 살아간다. 변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