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고한길 씨는 3년 넘게 공공개발이 미뤄지고 있는 동자동 쪽방촌에 산다. 그가 사는 곳은 사각지대쪽방. 쪽방과 다름없는 환경의 비적정주거이지만 쪽방으로 분류되지 않는 곳이다.고 씨는 지난달 13일, 서울시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사각지대 쪽방 실태 파악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참여했다. 그는 질의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플라스틱 통 하나를 높게 들었다. 곧 숨이 넘어갈 것처럼 호흡하며 말했다.“이게, 이게 뭔지 아십니까? 이게 진드기에다가, 아이고 숨 차. 빈댑니다, 빈대! 이걸 한두 마리씩 잡으니까 사람이
- 물 맞고 쫓겨나는 홈리스“딱 4시예요. 나가야 되는 시간이 새벽 4시. 딱 4시 되면 물 뿌려요. 물 안 맞으려면 그 전에 나가야 해. 서둘러야 해. 내가 볼 때는 물총 같아 보이더라구. 나 진짜, 저 위에서 예고도 없이 물총 맞고 물 먹었어요.근데 진짜 짜증 나는 건 물총을 쏘는 게 아니야. 딱 잠들려고 할 때, 그때 나가라고 하는 거야. 얼마나 성질나요? 너무 성질나. 자야 되는데.”14일 오후 8시, 서울역 앞 지하보도에서 만난 에버그린(가명)은 인사를 나누기 전에 말부터 쏟아냈다. 침낭 같은 건 안 주고 지겨운 귤이나 나
2023년, 서울에서 사망한 홈리스 404명. 정부나 서울시가 발표한 통계가 아니다. 반빈곤운동단체와 홈리스 당사자들이 자체 추산한 숫자다.2023홈리스추모제기획단(아래 기획단)은 지난 22일 오후 7시, 서울역 광장에서 ‘2023 홈리스 추모문화제’를 열고 서울의 거리에서 살다 사망한 홈리스 404명의 넋을 기렸다.- 홈리스 생존 위해 사망 통계 마련하라기획단 추모팀에 따르면 서울 홈리스 사망자 404명은 △무연고 사망자 중 주소가 쪽방, 고시원 등이어서 홈리스 상태로 추정되는 사람 △기획단이 거리와 마을에서 만나온 사람 △홈리스
홈리스의 죽음에 이름을 붙이자면 가난과 차별로 인한 죽음일 것입니다. 2023 홈리스 추모팀은 ‘이름 없는 삶과 죽음은 없다. 홈리스의 죽음을 기억하라!’를 기조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 중 ‘홈리스 사망자 기억모으기’는 ‘무연고’ 홈리스 사망자로 기억되는 고인에 대해 생의 일부를 공유했던 동료, 이웃 등 ‘연고자’의 이야기를 듣고 모으는 활동입니다. 이런 기억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이 사회의 가난과 차별의 실체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가난과 차별로 인한 죽음을 멈추기 위해“그렇게 뭐 친하고 얘기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영정
공공장소를 이용할 때 감시를 당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루에 수만 명이 오가는 광장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라’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의자에 단지 앉아만 있는 것인데도 가난하다는 이유로 역사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홈리스입니다.홈리스는 그간 수많은 곳에서 퇴거를 당했습니다. 2011년 서울역에서는 코레일의 ‘야간 노숙 행위 금지’ 조치로 인해 수십 명의 홈리스가 역사 밖으로 쫓겨났습니다. 2017년에는 서울시의 ‘서울로7017 고가 공원’ 개발로 인해 서울역 지하도에서 생활하던 수십 명의 홈리스가 잠자
“누가 주거는 인권이라 했나요? 그 전에 주거는 의사(醫師)입니다. 건강하게 살려면 주거가 필수입니다.”재작년, 한 여성 홈리스 당사자가 토론회에서 한 발언입니다. 매년 동짓날 열리는 ‘홈리스 추모제’(Homeless Memorial Day)’를 앞두고, 주거의 의미를 이보다 더 분명하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홈리스’란 주거의 박탈 내지 비적정 주거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모든 홈리스의 공통이자 우선적 필요는 ‘주거’입니다. 주거를 바탕으로, 홈리스 각 개인에 필요한 고용, 의료, 급식 등의 지원을 배치해야 합니다. 그만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쪽방에 사는 ㄱ 씨는 소아마비로 인해 지체장애(기존 3급) 판정을 받았다. 창신동 쪽방의 화장실, 세면장, 주방은 ㄱ 씨가 이용하는 전동스쿠터로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좁다. 세면대와 주방까지는 기어서라도 들어 가지만 화장실은 재래식이라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조현병이 있는 정신장애인 ㄴ 씨는 창신동 쪽방에서 쫓겨났다. 정신장애에 대한 낙인 때문이다. ㄴ 씨가 자신의 목소리와 대화하는 모습을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건물주는 그를 쉽게 쫓아냈다. ㄴ 씨는 당장 들어갈 수 있는 방을 찾아 이사를 다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