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의 충격적 보고서 “코로나19 사망자 절반이 시설 거주인”“코로나19에 영향을 받은 나라에서 요양시설(Nursing home) 사망자 비율은 전체 사망자 중 42~57%에 이르렀다.”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UNOHCHR)가 2020년 4월 29일에 내놓은 ‘장애인 권리와 코로나19’ 보고서를 살펴보다 이 어마어마한 수치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 설마 오타인 건 아닐까? 유엔 공식 문서에서, 더구나 통계 관련 내용에 오타가 날 일은 만무했으나, 워낙 믿기 힘든 내용이다 보니 그런 의심까지 들었다.원자료를 찾았다. ‘국제장기돌봄정책
새벽 5시 여의도, 한강 바로 옆에 있는 엘지트윈타워 앞을 지나면 칼바람이 뺨을 스쳐 간다. 여의도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출근시간이다. 여의도환승센터에는 이제 막 버스에서 내린 색색깔의 점퍼를 입은 60대 여성 노동자들로 가득하다. 다른 직원들이 출근하기 훨씬 전에 미리 출근해서 휴지통을 비우고 바닥을 쓸고 변기를 닦는다. 엘지 트윈타워에는 밤 9시에 출근하는 야간 청소노동자도 있다. 그들은 청소기로 아무도 없는 어두운 빌딩의 먼지를 빨아들이고 회의실의 화이트보드를 닦는다.여의도 엘지트윈타워 앞에는 지난 10월 14일부터 농성천
기침, 발열. 모르는 이 없을 코로나19의 대표 증상이다. 그런데 ‘내쫓기’ 역시 코로나19의 또 다른 증상 아닌가 싶다. 적어도 홈리스를 비롯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코로나의 위력은 신체적 고통보다 이 ‘내쫓기’란 증상, 코로나19의 사회적 병증에 있는 듯하다. 코로나19는 그나마 의탁하고 있던 홈리스들의 자리를 뿌리 뽑는 좋은 구실이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더욱더 위태로워진 거리홈리스들의 자리를 전한다.민원의 효능5월 22일, 서울역 광장에 청소차 두 대가 떴다. ‘쌍끌이 어선*’마냥 역 광장에서 노숙하던 이들의 짐을 모조리 싣
- 코로나19 거점병원이 된 공공병원, 갈 곳 잃은 쪽방 주민들한 평 남짓 작은 방들이 모여 1100여 세대가 살고 있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TV와 계절에 따라 필요한 옷들, 작은 냉장고나 서랍장이라도 있으면 방다운 모습이 갖춰진다. 여기에 방 한구석에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가스버너와 냄비를 비롯한 취사도구들을 두고 나면 비어 있는 좁은 공간에 몸을 눕힐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쪽방 주민은 어디 사느냐고 물을 때 ‘집’ 대신 ‘방’으로 자신의 거처를 표현한다. ‘집’이 어디냐고 묻지 않고 ‘방’이 어디냐고 묻는다. 대답
보수세력의 8.15 집회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 감염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한창 시행 중이던 9월 2일 새벽이었다. 마포구청은 기습적으로 마포역 인근의 ‘한국전력공사 마포용산지사’ 담벼락에서 장사하던 노정상인들의 포장마차 6대 중 5대를 수거해갔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상가영업을 9시까지로 제한하던 시기, 노점상인들 또한 방역에 협조하는 의미로 장사를 중단하고 인근 보관소에 마차를 맡기고 있던 때였다. 그렇게 잠자고 있던 마차를, 구청은 한밤의 도둑처럼 가져갔다. 이후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소속의 서부지역
- 코로나 시대, 임차상인에게 집중되는 고통지난 9월 국민일보 기사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시 내 3만 9천여 가게가 폐업했다. 굳이 기사 내용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주변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은 일상에서 그리고 SNS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관련 기사 : 코로나 이후 자영업 생존기간 6개월 단축됐다)60대 중반에 접어든 A씨는 20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요식업 장사를 해온 임차상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기, 다행히 유흥업이나 PC방과 같이 영업이 금지되는 업종은 아니었고 오랜 기간 장
예전에 재수해서 대학에 간 친구가 그랬다. 노량진역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짠 내가 확 풍기면 “아, 이제 공부해야 하는구나” 했다고. 이젠 노량진역에서 짠 내를 맡을 수 없다. 수협은 지난 2012년부터 현대화 사업에 착수했다. 시장 강제 철거 과정에서 연로한 상인을 끌어내 내동댕이치고 가게 집기들을 바닥에 던지는 무수한 폭력이 반복됐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작년 8월에 완전히 허물어졌다.평균 연령 60~70대인 상인 80여 명은 노량진역 1, 2번 출구 앞에 생존을 위한 노점상을, 육교 위에는 농성장을 만들었다. 상인들은 장사와 투
집에 머물라? 집을 빼앗긴 철거민들강북구 미아3구역은 4호선 미아역과 우이신설경전철 삼양역에 인접한 ‘주택재개발정비구역’이다.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개발사업의 한 종류다. 하지만 시공사가 GS건설로 선정된 이후 미아3구역에 붙었던 “명품 아파트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는 해당 개발사업이 주거환경 개선보다 더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문을 품게 만든다. 미아3구역에는 기존 오래된 다가구·다세대 주택과 상가를 철거한 뒤 1,017세대가 입주 가능한 자이가 들어설 예정
코로나19 이후 사람들, 심지어 정부는 ‘바이러스에 맞선 내전’이라는 표현을 심심찮게 사용했다. 오늘이 바이러스에 맞선 내전이라면 내전을 맞이한 이 땅의 전사들은 모두 잘 싸우고 있는 것일까.전사들의 상황은 모두 천차만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며 거리의 레스토랑과 가게들은 고사하고 있지만 인터넷 거래는 호황을 맞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누군가는 홈 오피스를 비롯한 새로운 인테리어와 더 넓은 집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감염병 예방을 위해 학교가 폐쇄된 시간 동안 온라인 강의를 들을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