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세 모녀’는 가난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칭하는 대명사가 됐다. 26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 집무실 맞은편인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등의 주최로 송파 세 모녀 10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이날 시민사회계는 사회복지서비스의 시장화로 공공성이 훼손되면서 더욱 넓고 다양해진 빈곤의 제도화에 대해 질문했다.- 10년 전, 송파 세 모녀가 우리 사회에 보낸 편지“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2014년 2월, 서울 송파구의 한 단독주택 반지하집에서 살던 세
부산시가 올해 형제복지원 등 부랑아 수용시설 피해생존자에게 지급하기로 한 월 20만 원의 생활안정지원금을 정작 가장 가난한 기초생활수급자는 받지 못하게 됐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현행법상 생활안정지원금이 소득으로 인정돼 생계급여에서 삭감되기 때문이다. 피해생존자의 생활안정을 위해 지자체가 지급한 돈을 정부가 도로 뺏는 셈이다.부산시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기본법’에 따라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사람 중 부산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는 사람에 한해 올해 3월부터 위로금 500만 원(1회)과 월 20만 원의 생활안정지원금을 지
80대 고한길 씨는 3년 넘게 공공개발이 미뤄지고 있는 동자동 쪽방촌에 산다. 그가 사는 곳은 사각지대쪽방. 쪽방과 다름없는 환경의 비적정주거이지만 쪽방으로 분류되지 않는 곳이다.고 씨는 지난달 13일, 서울시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사각지대 쪽방 실태 파악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 참여했다. 그는 질의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플라스틱 통 하나를 높게 들었다. 곧 숨이 넘어갈 것처럼 호흡하며 말했다.“이게, 이게 뭔지 아십니까? 이게 진드기에다가, 아이고 숨 차. 빈댑니다, 빈대! 이걸 한두 마리씩 잡으니까 사람이
- 물 맞고 쫓겨나는 홈리스“딱 4시예요. 나가야 되는 시간이 새벽 4시. 딱 4시 되면 물 뿌려요. 물 안 맞으려면 그 전에 나가야 해. 서둘러야 해. 내가 볼 때는 물총 같아 보이더라구. 나 진짜, 저 위에서 예고도 없이 물총 맞고 물 먹었어요.근데 진짜 짜증 나는 건 물총을 쏘는 게 아니야. 딱 잠들려고 할 때, 그때 나가라고 하는 거야. 얼마나 성질나요? 너무 성질나. 자야 되는데.”14일 오후 8시, 서울역 앞 지하보도에서 만난 에버그린(가명)은 인사를 나누기 전에 말부터 쏟아냈다. 침낭 같은 건 안 주고 지겨운 귤이나 나
2023년, 서울에서 사망한 홈리스 404명. 정부나 서울시가 발표한 통계가 아니다. 반빈곤운동단체와 홈리스 당사자들이 자체 추산한 숫자다.2023홈리스추모제기획단(아래 기획단)은 지난 22일 오후 7시, 서울역 광장에서 ‘2023 홈리스 추모문화제’를 열고 서울의 거리에서 살다 사망한 홈리스 404명의 넋을 기렸다.- 홈리스 생존 위해 사망 통계 마련하라기획단 추모팀에 따르면 서울 홈리스 사망자 404명은 △무연고 사망자 중 주소가 쪽방, 고시원 등이어서 홈리스 상태로 추정되는 사람 △기획단이 거리와 마을에서 만나온 사람 △홈리스
홈리스의 죽음에 이름을 붙이자면 가난과 차별로 인한 죽음일 것입니다. 2023 홈리스 추모팀은 ‘이름 없는 삶과 죽음은 없다. 홈리스의 죽음을 기억하라!’를 기조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 중 ‘홈리스 사망자 기억모으기’는 ‘무연고’ 홈리스 사망자로 기억되는 고인에 대해 생의 일부를 공유했던 동료, 이웃 등 ‘연고자’의 이야기를 듣고 모으는 활동입니다. 이런 기억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이 사회의 가난과 차별의 실체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가난과 차별로 인한 죽음을 멈추기 위해“그렇게 뭐 친하고 얘기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영정
공공장소를 이용할 때 감시를 당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루에 수만 명이 오가는 광장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라’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의자에 단지 앉아만 있는 것인데도 가난하다는 이유로 역사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홈리스입니다.홈리스는 그간 수많은 곳에서 퇴거를 당했습니다. 2011년 서울역에서는 코레일의 ‘야간 노숙 행위 금지’ 조치로 인해 수십 명의 홈리스가 역사 밖으로 쫓겨났습니다. 2017년에는 서울시의 ‘서울로7017 고가 공원’ 개발로 인해 서울역 지하도에서 생활하던 수십 명의 홈리스가 잠자
“누가 주거는 인권이라 했나요? 그 전에 주거는 의사(醫師)입니다. 건강하게 살려면 주거가 필수입니다.”재작년, 한 여성 홈리스 당사자가 토론회에서 한 발언입니다. 매년 동짓날 열리는 ‘홈리스 추모제’(Homeless Memorial Day)’를 앞두고, 주거의 의미를 이보다 더 분명하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홈리스’란 주거의 박탈 내지 비적정 주거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모든 홈리스의 공통이자 우선적 필요는 ‘주거’입니다. 주거를 바탕으로, 홈리스 각 개인에 필요한 고용, 의료, 급식 등의 지원을 배치해야 합니다. 그만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쪽방에 사는 ㄱ 씨는 소아마비로 인해 지체장애(기존 3급) 판정을 받았다. 창신동 쪽방의 화장실, 세면장, 주방은 ㄱ 씨가 이용하는 전동스쿠터로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좁다. 세면대와 주방까지는 기어서라도 들어 가지만 화장실은 재래식이라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조현병이 있는 정신장애인 ㄴ 씨는 창신동 쪽방에서 쫓겨났다. 정신장애에 대한 낙인 때문이다. ㄴ 씨가 자신의 목소리와 대화하는 모습을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건물주는 그를 쉽게 쫓아냈다. ㄴ 씨는 당장 들어갈 수 있는 방을 찾아 이사를 다녀야 했다.
“지난 5년간 가장 많이 건물을 구입한 30명이 소유한 집은 무려 8천 채에 달합니다. 소수의 사람이 집을 사들이는 사회의 반대편에는 반지하 집에서 수해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있습니다. 전세사기로 평생 모은 돈을 잃고 목숨을 끊는 사람, 한 평 남짓한 쪽방에서 30만 원의 월세를 내는 사람, 지역사회가 아니라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사는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있습니다.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집으로 돈 버는 사회가 집이 재난인 사회를 만들어 내는 건 아닐까요? 한 사회가 돈을 버는 방식이 곧 빈곤을 만드는 방식이니까요.” (1017빈곤
보건복지부가 28일 오후 2시 30분, 내년도 기준중위소득을 1인 가구 기준 7.25%(222만 8445원), 4인 가구 기준으로는 6.09% 인상(572만 9913원)하겠다고 발표했다.복지부는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제70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아래 중생보위)에서 이 같은 내용을 의결했다고 밝혔다.또한 생계급여를 중위소득의 30%에서 32%로 2%p 상향하고, 1인 가구 14.4%(71만 3102원), 4인 가구 13.16% 인상(183만 3572원)하겠다며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수급자들은 앞서 오전 9시 30분
김정호의 유골이 손바닥 너비의 좁은 땅속으로 떨어지고 있었다.“쪽방보다 여가 낫지. 깔끔하고, 쾌적하고, 걱정 없고. 동자동 이제 떠난다. 잘 가거라.” 동자동 쪽방 주민 조인형이 인사했다.유골 위에 흙이 덮였다. 쪽방 주민이자 김정호의 오래된 연인 오계순이 흙을 밟아 다졌다. “잘 가. 잘 자. 사랑해.”6월 27일 오후 12시, 잔디가 덮이면서 김정호의 장례가 끝났다. 서울시립 용미리 제1묘지 능선형 34, 김정호가 묻힌 곳이다. 조인형은 “쪽방보다 여기가 훨씬 낫잖아요. 탁 트여서 얼마나 좋아요. 내가 올해 팔십인데 나도 얼마
오는 7월 기준중위소득 결정을 앞두고, 중앙생활보장위원회(아래 중생보위)가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하는 취지의 법안이 발의됐다.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과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은 13일 오후 1시 20분, 국회의사당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생보위만 언제나 비공개중생보위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구로, 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과 관련한 사안을 심의하고 의결한다. 특히 기초생활보장급여의 산정근거가 되는 기준중위소득을 매년 결정한다.중위소득은 전 국민을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문성호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노점 삼진아웃제’가 포함된 ‘서울시 노점 관리 조례’를 추진 중이다.이에 민주노점상전국연합(아래 민주노련), 전국노점상총연합(아래 전노련), 대전국노점상연합 소속 노점상들은 ‘서울시 노점말살조례저지 노점단체 대책위원회(아래 서울노점대책위)’를 꾸렸다. 이들은 21일 오전 11시, 서울시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회는 노점 말살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규탄했다.- 노점상들 “울화통 터져… 문성호라는 사람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기자회견에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노점상이
1월 말, 여러 언론에서 꽁꽁 얼어붙은 동자동 쪽방촌 사진을 내보냈다. 일명 ‘얼음 계단’이다. 쪽방촌 건물이 통째로 얼어서 계단과 바닥 전체에 빙판이 깔렸고 난간 곳곳에 고드름이 매달려 있었다.언론은 ‘르포’, ‘현장’, ‘단독’을 달고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에선 현재 동자동 쪽방주민이 얼마나 살기 힘든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에너지바우처 단가 인상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에너지바우처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이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7일 오전 11시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
“여기(동자동 쪽방촌) 주민은 우리(쪽방주민)예요. 동자동사랑방과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예요. 그런데도 개발 과정에서 주민 목소리는 둘째로 들어가더라고요.”“여기 쪽방에는 바퀴벌레도 많고 쥐도 있습니다. 공공주택사업 빨리해서 하루라도 뜨뜻하고 깨끗한 방에서 살아보는 게 소원입니다.”- 동자동 쪽방촌 다큐멘터리 ‘꽃 심고 비질하며 마을 지킨 주민을 존중하라’ 중에서빈곤사회연대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꽃 심고 비질하며 마을 지킨 주민을 존중하라’를 보면 공공주택사업을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가 드러난다. 쪽방주민은 ‘공공주택사업 환영’이라는
12일부터 22일까지, 열흘간의 ‘2022 홈리스 추모 주간’ 일정이 22일 오후 7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홈리스 추모제’를 끝으로 마무리됐다.2022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아래 기획단)은 ‘코로나 종식을 넘어, 홈리스 차별과 배제가 종식된 세계로!’를 올해 슬로건으로 정하고 △주거제공 우선 홈리스 정책 실행 △홈리스 차별 금지, 권리기반 정책 시행 △홈리스의 평등한 의료접근권 보장 △여성홈리스 존재 인정, 젠더 관점 기반 정책 시행 △무연고 홈리스 사망자의 애도받을 권리, 애도할 권리 보장 등 다섯 가지 요구를 중심으로 12일
“노숙할 때 여자로서 불편한 게 많죠. 어디 안 보이는 데 숨어야 하고, 사람들 눈에 안 띄어야 하고… 어느 노숙인한테 들었는데 짐승들은 자기가 자는 곳을 안 가르쳐준대요. 나중에 자기한테 불리해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어디서 자는지 아무한테도 안 알려줘요.” (여성홈리스 당사자 로즈마리 씨)‘여성홈리스’라는 렌즈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 사회 곳곳에는 남성을 피해 만화방, PC방, 기도원, 요양병원 등에서 생을 보내는 여성홈리스가 여전히 많다. 이들은 복지정책에서 빠져 있거나, 통계에 잘 잡히지도 않는다. 홈
‘위반 건축물, 원래 옥상이었을 공간에 누워 있으면 벽에서 바람이 불어와 커튼이 휘날렸다.’‘내가 살던 집 건너편에 성범죄가 일어났다. 그런데 CCTV를 설치해줄 수 없단다. 나무로 된 창문이라 잠금장치도 달 수 없단다. 뜬눈으로 밤새야지, 뭐 어쩌겠어.’영하 5도를 밑도는 22일 서울역 광장, 집 없고 가난한 여성들이 전시회를 열었다. 흰 도화지 위에는 따뜻한 잠자리와 밥 한 끼로 시작하는 여성홈리스의 바람이 차곡차곡 포개졌다. 여성홈리스 6명은 이날 작가가 되어 그동안 살아낸 삶의 비루함과 앞으로 살아낼 삶의 희망을 글과 그림으
해마다 동짓날이 되면 서울역 광장에는 ‘홈리스 추모제’가 열린다. 홈리스는 적절한 주거 없이 쪽방에서, 고시원에서, 거리에서, 시설에서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1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은 홀로 외로운 밤을 보내는 홈리스의 하루와 정확히 닮아 있다.찬 바람에 바깥 기온이 영하 2도를 밑돌던 12일 오후, 서울역 광장 남쪽 계단에는 카펫 위로 432송이의 붉은 장미꽃이 깔린 ‘홈리스 기억의 계단’이 만들어졌다. 올해에만 432명의 홈리스가 집이 아닌 ‘비적정 거처’에서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이들은 아파도 제때 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