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남긴 질문들④

[편집자 주] 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 사회에 많은 질문을 남겼다. 왜 불평등은 더 심해지는가? 왜 혐오와 차별은 일상이 되었나? 감염병은 취약한 이들의 삶을 어떻게 관통했는가? 코로나19로 3만 6천 명이 넘는 소중한 생명을 잃었는데 왜 우리 사회는 무감각한 것일까? 부족한 병상과 의료 체계의 공백을 메웠던 공공병원은 왜 외면당하는가? ‘아프면 쉬자’는 이야기는 어떻게 사라져 버렸나?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에서는 지난 3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이 질문들에 대한 해법을 인권을 중심으로 모색하는 7회차의 연속 기고를 기획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는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지 성찰하고, 앞으로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 일터에서 일하다 감염된 노동자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많은 풍경을 바꾸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일상에 적응했다. 어떤 것들은 다시 예전 그대로 돌아간 듯도 하다. 그러나 감염병으로 인해 삶이 돌이킬 수 없이 바뀐 이들이 있다.

그이는 일하던 일터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함께 살고 있던 남편과 딸에게도 전염되었다. 기저질환도 없던 남편은 바이러스가 폐로 전이되어 결국 식물인간 판정을 받았다. 사회에 막 발을 내딛으려던 딸은 코로나19 확진으로 예정되었던 면접을 볼 수 없었고, 완치 이후에도 후유증으로 인해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다. 당시는 2020년 5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초창기로 확진 경험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혐오의 대상이 되던 때다. 이런 사회적인 시선과 사경을 헤매고 있는 아빠는 딸이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병원비도 만만치 않았다.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을 수 없었다.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회사로부터 지원이 있을 리도 만무했다. 그이에게 코로나19는 현재진행형이다.

그이의 일터는 쿠팡의 부천 신선물류센터였다. 그이뿐만 아니라 같은 센터에서 일했던 다른 이들도 여러 가지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가 완치된 후에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근육통으로 어떤 일도 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었고, 사람 만나기를 두려워하고 밖에 나오기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당시 부천 센터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다른 센터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한동안 일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쿠팡 물류센터만이었을까. 팬데믹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일터에서 일하다 감염되었다. 바이러스가 사람과 장소를 가리지는 않겠지만, 바이러스가 전파되고 난 후 치유와 회복의 과정에서 일터의 논리가 적용되었다.

2021년 11월 12일, 쿠팡의 부천 신선물류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51조 적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진행되었다. 사진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2021년 11월 12일, 쿠팡의 부천 신선물류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51조 적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진행되었다. 사진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 이윤과 효율성이라는 일터의 논리

우리는 기업의 이윤과 효율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한 가치의 추구를 위해, 노동자의 권리보다는 책임과 의무가 강조된다. 비정규직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는 특히 그렇다. 일터에서 누가 아프거나 무슨 문제가 생겨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일은 빨리빨리 굴러가야 하고 마감 기한에 맞춰야 한다. 일분일초, 한 건 한 건이 업무 성과로 계산되어 인사로 연결되는 일터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배부른 소리로 치부된다. 어지간히 아파서는 쉴 수 없고, 일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프면 아예 그만둬야 한다. 여유 인원 같은 것은 없기에 한 사람이 빠지면 남은 사람들이 더 힘들어진다. 이런 논리와 조건은 코로나19라는 갑작스러운 감염병이 확산되는 시기에 더욱 선명하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쳤다.

초기에는 밀집해서 일하는 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구로의 콜센터를 비롯해 많은 콜센터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했는데,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을 때 회사 측의 대응은 전혀 일관되지 않았다. 감염자가 발생하면 건물 전체를 방역하고 재택근무가 이루어지던 시기였음에도, 같은 건물 콜센터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알려주지도 않거나 평소처럼 출근해서 일을 지속하게 한 것이다.

콜센터는 콜 받는 일을 잠시도 멈추려 하지 않았다. 원청은 하청 업체의 사정이야 알 바 아니었다. 콜센터를 운영하는 하청 업체는 몇 분만 콜을 받지 않아도 이유 불문하고 원청으로부터 질타가 떨어지고 이윤이 감소한다. 원청과의 도급계약에서 아예 배제될 수도 있다. 원청은 콜센터의 운영이나 노동자에 대한 문제는 하청 업체 소관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하청 업체는 일을 중단할 권한이 없다. 그렇다고 개인들이 방역을 충분히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도, 마스크와 같은 물품이 충분히 지급되지도 않았다. 끊임없이 전화기를 통해 말을 해야 하기에 마스크를 완벽하게 착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도 했다.

쿠팡 물류센터의 노동자들 역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고, 아무것도 모른 채 출근해서 일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뒤섞여 일할 뿐만 아니라 다수의 단기계약직 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이기에 언제 누구와 마주쳤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바쁘게 몸을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완벽하게 착용하고 다니기도 어려웠다. 일하다 만지게 되는 각종 장비나 도구 같은 것들도 여러 사람이 공유했다. 사람이 아닌 물건을 위한 창고 시설이었던 물류센터는 환기도 잘 되지 않았다. 결국 감염병은 일파만파 퍼져서 노동자들의 가족과 지인을 포함한 152명의 집단감염으로 이어졌다.

쿠팡이 신경 쓴 것은 노동자들의 안전이 아니라 ‘로켓배송’이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후 쿠팡이 먼저 한 일은 감염된 사람들이 아닌 소비자에게 사과하는 것이었고, 배송되는 물건에는 문제가 없다고 안심시키는 일이었다.

비대면 업무가 중요해지다 보니 모든 분야에서 콜센터의 업무 처리 비중은 더 높아졌다. 쿠팡은 특히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기업이다. 편리한 로켓배송을 위해 매일같이 심야노동이 이루어지고, 주문 물량을 그날그날 처리하기 위해 노동 강도도 엄청나다. 물류센터의 노동을 경험해 본 사람들 사이에서도 악명 높았던 쿠팡의 노동은 더욱 고되어졌다.

2021년 7월 12일, 코로나19 4단계 거리두기 실시와 관련하여 필수노동자들의 보호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민주노총에서 진행되었다. 사진 노동과세계
2021년 7월 12일, 코로나19 4단계 거리두기 실시와 관련하여 필수노동자들의 보호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민주노총에서 진행되었다. 사진 노동과세계

-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한편에서는 ‘필수노동’이라는 명분하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희생을 강요당했다. 돌봄, 배송, 청소 노동 등 ‘사회의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여겨지는 일들인데, 대부분이 저임금의 비정규직이다. 감염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노동을 멈출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평소보다 더 늘어난 업무량을 감당해야 했다. 희생은 강요했지만 그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보상하지는 않았다.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이윤이 감소한 기업들은 수많은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방식으로 수지타산을 맞추고 이들에게 고통을 전가하기도 했다. 기내 청소와 시설 관리를 담당하던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이 그렇게 해고되어 길에서 정년을 맞았고, 세종호텔 노동자들 역시 팬데믹에서 벗어나 호텔 운영이 정상화된 지금까지도 복직하지 못한 채 투쟁하고 있다. 또 문화예술계를 비롯한 특수고용직 형태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온몸으로 맞았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은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의 발생으로 인해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일상적으로 기업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무시하거나 뒷전으로 미루어 놓았기 때문이고, 위기의 시기에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기보다 이윤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며, 우리 사회에서 이것이 용납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이후 노동조합을 만들어 투쟁하고 있는데, 처음 외쳤던 구호 중 하나가 ‘노동자가 존중받는 일터’이다. 그러한 일터를 만드는 일은 이제 더 이상 미루어질 수 없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모두 함께 기억하고, 투쟁하고, 바꾸어 가자.

필자 소개

조혜연. 김용균재단과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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