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불복종행동, 60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전장연, 서울교통공사를 ‘특정교통공사’로 호명
“오세훈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사조직으로 전락” 규탄
4·10 총선 앞두고서 “장애인권리에 투표해달라” 호소

‘3.26 전국장애인대회’의 다음 날인 27일 오전 7시 45분, ‘60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가 진행되는 시청역에 도착하니, 이미 활동가들과 경찰,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로 승강장이 가득 차 있다.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 사이사이에 경찰들이 들어서고, 그들이 함께 선전전 참여자들을 둘러싸고 있다. 사진 김소영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 사이사이에 경찰들이 들어서고, 그들이 함께 선전전 참여자들을 둘러싸고 있다. 사진 김소영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 사이사이로 들어가 서!”

한 경찰이 다른 경찰들에게 지시한다.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이 서 있는 사이사이에 경찰들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이내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이 교차한 채 서서 활동가들의 주변을 둘러 쌌다.

희미하게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8시가 되자 조희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활동가의 사회로 힘차게 선전전이 시작된다.

“동지 여러분, 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어제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윤석열 정부에게 장애인이 기본적으로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면서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령을 받은 서울교통공사, 앞으로는 ‘특정교통공사’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특정교통공사와 경찰은 정당하게 장애인 권리를 외치는 우리의 목소리가 시민들에게 닿는 것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집회·시위의 자유, 권리를 특정교통공사와 경찰이 무슨 권리로 막습니까. 저희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석열 정부가 장애인의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탈시설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을 규탄하면서 오늘도 이 자리에서 외치겠습니다.”

전장연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시에 따라 사조직처럼 움직이는 서울교통공사는 더 이상 공공의 서울교통공사가 아님을 선포’하며 서울교통공사를 ‘특정교통공사’라고 칭한 것이다.

이날은 다양한 지역과 단위에서 전장연의 권리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선전전에 참여했다. 대구에서 온 노지성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김재왕 변호사, 전지윤 다른세상을향한연대 활동가의 결의에 찬 연대발언이 이어진다.

노지성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노지성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8시 15분, 선전전이 진행되는 와중에 한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달려가 보니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문애린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의 지하철 탑승을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강제로 막고 있다.

“뭐 하는 거냐고!” “휠체어 넘어가!” “밀지마!”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의 강제적이고 불법적인 퇴거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현장은 시민들을 향한 문애린 소장의 외침과 경찰의 강압적인 목소리가 뒤섞여있다. 결국 오늘도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지하철에 탑승하지 못한 문애린 소장이 분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가 이규식 대표와 문애린 소장의 지하철 탑승을 강압적으로 막고 있다. 사진 김소영
경찰과 서울교통공사가 이규식 대표와 문애린 소장의 지하철 탑승을 강압적으로 막고 있다. 사진 김소영

지난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에서 불법연행 당한 고전비평공간 규문에서 활동 중인 시민 성민호씨가 발언한다.

“처음에 투쟁 현장에 왔을 때는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서 연대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당함과 싸운다는 도덕적인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가 몰랐던 이야기가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문턱과 장벽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의 세계가 얼마나 좁은지, 저의 감각이 얼마나 비장애중심주의적인지, 질서나 편의라는 게 얼마나 볼품없고 엉망인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용감한 게 무엇이고 당당한 게 무엇인지 다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런 중간 결론을 품고 있습니다. 자신의 온 실존을 걸고 외치기 시작할 때에만, 친구들이 나타나고, 무기력이 거둬질 수 있다고요. 그래야만 크게 웃을 수도 있다고요. 계속 배우러 오겠습니다. 투쟁!”

곧이어 민구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의 투쟁발언이 이어진다. “우리의 목소리가 고작 고성방가입니까? 저희의 절규가 고성방가입니까? 저희는 장애인도 함께 살자고 절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한낱 고성방가로 서울교통공사는 치부해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동네노동권찾기 박내현 활동가는 장애인의 노동권, 특히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의미와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회복하기 위한 싸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전전 참여자들이 승강장을 오고 가는 시민들에게 호소하며 외친다. “시민분들께 호소합니다. 4월 10일은 총선입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정치가 장애인권리에 책임질 수 있도록 ‘장애인권리에 투표’해 주십시오!시민 여러분,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갈라치기 혐오정치를 멈춰주십시오.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책임하고 무도하며 불의한 정치를 심판해 주십시오.전장연은 장애인과 모두를 위한 ‘권리투쟁’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60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선전전에 참여하며 연대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많은 시민들이 ‘60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선전전에 참여하며 연대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시민호소문 낭독이 끝나고 다양한 활동가들의 발언이 이어진다. 최지원 강원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 권은춘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홍정수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대구지부 지부장, 조재범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경고방송이 뒤섞여 발언 속의 단어 하나하나를 들을 순 없지만, 경고방송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 힘껏 발언하는 모습 속 그들의 눈빛만큼은 또렷하다.

오전 8시 36분,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시청역 승강장으로 들어선다. 박경석 대표가 등장하자 그를 막기 위해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이 몰려온다. 선전전이 진행되는 동안 박 대표는 “전장연은 서울시 적군이 아니다. 갈라치기 혐오정치 STOP”이라고 적힌 피켓을 높이 들고 있다. 박 대표의 바로 앞에 있는 서울교통공사 보안관이 그가 들고 있는 피켓이 거슬린다는 듯 손으로 쳐낸다. 박 대표는 피켓을 더 높이 든다. 박 대표가 마이크를 이어받아 발언을 쏟아낸다.

박경석 대표가 ‘전장연은 서울시 적군이 아니다. 갈라치기 혐오정치 STOP’이라고 적힌 피켓을 높이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박경석 대표가 ‘전장연은 서울시 적군이 아니다. 갈라치기 혐오정치 STOP’이라고 적힌 피켓을 높이 들고 있다. 사진 김소영

“서울교통공사는 더 이상 서울교통공사가 아니라 ‘특정교통공사’입니다. 특정교통공사는 정당한 시민의 권리조차 갈라치고 혐오하게 만들고 폭력적으로 저희를 진압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지하철을 탈 것입니다. 시민권 열차를 탈 것입니다. 장애인이 이동할 권리, 더 이상 포기할 수 없습니다. 시민 여러분, 총선을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갈라치기 혐오 정치를 심판해 주십시오. 23년을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외치는 것은 장애인도 교육받고, 노동하고,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자는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대를 열어주십시오. 더 이상 특정교통공사에게 짓밟히지 않게 해주십시오.”

박경석 대표가 작사한 노래 ‘T4’가 흘러나온다. ‘T4 정책’이란 1939년에 개시된 나치 독일 우생학 사상에 따른 장애인 학살 정책이다. “내 인생은 나의 것. 내가 결정하는 것. 그 누구도 나의 의지 앗아갈 수는 없네. (…) 우릴 가두지 마십시오. 우릴 죽이지 마십시오. 우리 목소릴 들으십시오. 39년 T4 사회 대한민국. 39년 T4 사회 지금 이곳.”

박 대표와 선전전 참여자들이 노래를 따라 부른다. 그런 박 대표를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이 바로 앞에서 가로막고 있다. 그들과 대치 중이던 박 대표가 몸의 중심을 잃고 휠체어 밑으로 떨어지고 만다. 바닥에 누워 있는 박 대표에게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은 “일어나라”고 반복적으로 말한다. 선전전 참여자들은 박 대표를 보호하기 위해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에게 “밀지 말라”고 말한다. 박 대표가 머리가 헝클어진 채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한동안 쉽사리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박 대표. 그가 일어나지 못하는 동안, 선전전 참여자들은 시민호소문을 다시 외치기 시작한다.

박 대표가 바닥에 누운 채 마이크를 손에 쥐고 발언을 이어간다. “이제 그만 찌르십시오. 저희 칼에 많이 찔렸습니다. 폭력적인 특정교통공사 그만하십시오. 차별하지 마십시오. 오세훈 시장님 이제 그만하십시오. 특정교통공사 보안관들 동원해서 저희들의 권리를 자르지 마십시오. 저희들의 피나는 가슴에 칼을 찌르지 마십시오. 이제 그만해주십시오. 이제 그만해주십시오. 이제 그만해주십시오.”

박경석 대표가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과 대치 중에 휠체어에서 떨어져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박경석 대표가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보안관들과 대치 중에 휠체어에서 떨어져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10여 분이 흘렀을 무렵, 활동지원사가 박 대표의 수동휠체어를 가지고 와서 그를 일으켜 휠체어에 앉힌다. 성인 남성 두 사람이 그의 상체와 하체를 들고서 휠체어에 앉힌다. 박 대표는 고통에 미간을 찡그린다. 휠체어에 앉은 그가 휠체어탄 사람은 오를 수 없는, 계단 앞에 멈춰 서서 마이크를 받아 들고 다시 말을 이어간다. 서울교통공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으로 인해 장애인의 권리가 얼마나 침해됐는지 이야기하는 그의 말은 쉬지 않고 이어진다. 그 말이 계속 이어지는 동안, 어느덧 그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조금씩 흩어지고 사라졌다.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은 계단을 이용해 지상으로 나갔고, 휠체어 이용자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한 사람 밖에 탈 수 없는 엘리베이터 앞, 10여 명의 휠체어 이용자들이 자신의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박 대표도 그들 옆에 함께 선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박경석 대표 역시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지하에서 흩어져 지상으로 나간 사람들은 서울시청 서편에 모였다. 총선을 맞이해 ‘장애인 권리에 투표하자’고 요구하는 집회에 참여하기 위함이다. 오전 10시 10분, ‘2024 총선 장애인권리투표 결의대회’가 시작된다.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렸던 사람들이 지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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